우리는 알게 모르게 산업,기술이 융합된 제품을 사용하며 그 공간에서 살고 있다. 어제까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융합기술이 여러 형태의 신제품으로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다. 과거 상상에 그쳤던 많은 아이디어들이 현실이 돼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 분야는 IT(정보기술) 디지털 분야를 비롯해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산업 및 기술 융합은 그 범위와 속도에 있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고,모든 산업과 경제를 선도하는 메가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제정된 산업융합촉진법은 이런 트렌드를 더욱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술과 기술의 융합

IT와 NT(나노기술)가 융합된 사례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분자 일렉트로닉스,차세대 메모리 분야를 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수은,납 등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융합형 LED를 개발,출시한 바 있다. IC칩도 IT와 NT의 융합 사례로 볼 수 있다. IC칩은 기억소자를 이용해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전자식 신용카드인 스마트카드에 사용된다. CPU 메모리 소프트웨어 등이 탑재된 시스템 LSI반도체로 교통카드,신용카드,전자주민카드 등 다양한 융합제품에 적용돼 사용자인증 보안 개인정보저장과 같은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IT와 BT(바이오산업)의 융합은 의료 분야인 스마트 헬스 서비스,의료통합 서비스시스템,바이오 인포매틱스 등에서 볼 수 있다. 최첨단 IT를 융합한 인공지능형 수술,원격치료,맞춤형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 및 수술 등이 시행되고 있다. 또 병원 간의 의료정보 공유를 통한 전인적인 환자 치료 및 관리에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환자들의 상시 투약 및 건강 체크뿐 아니라 장애인 및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상시 체크할 수 있는 휴대폰도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09년 3색 LED와 포토다이오드 센서가 융합된 담뱃갑 크기의 '휴대용 배뇨분석기'를 개발했다. 소변 속의 성분을 판독한 뒤 첨단 IT를 이용해 그 결과를 병원과 주치의,가족 등에게 전송하는 융합기기다. 정확성과 신속성,다양성이 보완된다면 실버타운,요양원,노인병원,가정뿐 아니라 국방 분야를 포함한 이종 산업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U헬스케어(스마트 헬스케어)가 각광받고 있다. U헬스 분야 시장은 2006년 1770억달러에서 지난해 3800억달러로 성장하며 산업 및 기술 융합을 선도하고 있다. NT와 BT의 융합은 나노-바이오 기술의 장점을 융합한 나노로봇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개발된 '랩온어칩(Lab on a Chip)'이라는 새로운 진단치료기는 혈액 한 방울만으로도 암을 진단하고,세포가 들어있는 백혈구나 세균을 파악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LG마이크론은 질병의 진행 상황 점검 및 치료를 위한 정확한 병리학적 판단을 가능케 한 나노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생활을 바꾸는 융합 사례

IT와 방송의 융합 사례는 그 어느 분야의 융합 사례보다 다양하고 친밀하게 현실화되고 있다. 인터넷전화,DMB,IPTV,FMC(Fixed Mobile Convergence)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조정이 가능한 IPTV 등 인터랙티브(interactive) 미디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는 소비자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수용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한다.

IPTV 서비스는 비디오,오디오,채널서비스,VOD서비스,양방향서비스,IP호스팅서비스로 분류된다. 뉴스 날씨 같은 정보형 서비스와 교육 은행 증권 홈쇼핑 등의 전자상거래,게임 오락 등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종교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IPTV는 방송서비스는 기본이고 양방향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해 다양한 융합서비스의 구현이 가능해졌다.

특히 이 분야는 디지털기기와 통신의 융합으로 발전되고 있는데,대표적 사례가 스마트폰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뿐 아니라 내장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종래의 단순한 통화기능 이외에 문자메시지 전송,이메일,인터넷,금융,게임,결제,사진,업무관리,독서,웹서핑,위치추적,도로 안내,의료,환경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손 안에 들어있는 융합 혁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주목해야 할 것은 방송과 IT 융합이 유비쿼터스 사회를 실현하는 데 지름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지진 재해와 중동의 민주화 운동에서 보듯이 스마트폰은 현지의 상황을 외부세계로 생생히 전달하는 최고의 매체임을 확인시켜줬다. 하드웨어와 다양한 콘텐츠의 융합이 휴대폰 안에서 이뤄짐으로써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송 · 수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술과 기존 산업 간의 융합

IT,HT(보건신기술),GT(Green Technology · 청정산업)와 자동차산업의 융합으로는 지능형 자동차와 차량항법기술,그린카,에코 드라이빙 자동차,인간친화형 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장착한 자동차,스마트 안전운행 지원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 등이 꼽힌다.

기계산업에서는 스마트 지능형 공장(스마트 팩토리),스마트 플랜트(인공지능형 발전소),지능형 섬유기계,에듀테인먼트 로봇,지능형 공작기계 등의 융합 사례가 떠오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분야가 지능형 공장이다. 종래의 전통적인 제품생산 라인에 의존한 공장과는 전혀 다르다. 지능형 공장은 IT의 네트워크,GPS,나노센서,반도체,감성공학,기계자동화,지식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기술이 융합돼 재고,고장,불량,사고,화재 등 각종 낭비 요소를 사전에 제거한다. 또 연속 개선 프로세서를 통한 지식정보시스템의 과정을 융합,리얼타임(실시간) 공정 개선을 추구하는 공장 형태다.

의류도 융 · 복합화의 혁명 속에 있다. 국내의 한 의류제조업체는 최근 라이프팩 재킷을 출시했다. 소형 배터리팩을 이용해 오랜 시간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성 섬유인 히텍스(HEATEX)를 적용,가벼우면서도 발열 기능이 뛰어난 융합 신제품이다. 태양전지를 부착한 '에코 테크 솔라 재킷'도 융합형의 새로운 의류라고 볼 수 있다.

선박산업과의 융합 사례로는 디지털선박,크루즈선박,드릴십,위그선,빙해선박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디지털선박과 크루즈선박이다. 모든 선박 내의 구조를 유 · 무선의 최첨단 네트워크기술(ICT)로 연결,선박 내 모든 정보를 통합해 실시간 관리하고 차세대 부가 서비스를 적용한 차세대 선박시스템 기술이다. 부가가치 창출과 에너지 절약,자원 낭비 방지 등의 효율성이 뛰어나 한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융합 외면하면 위기 온다

IT와 문화,예술,관광,스포츠,게임의 융합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문화재를 발굴할 때 3D 스캔 등 최첨단 기술을 응용해 유물실측을 진행하고 있다. 로봇산업과 디자인을 융합한 로봇디자인,문화콘텐츠가 융합된 로봇문화콘텐츠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 스타들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산업에도 다양한 융합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캐릭터 패션 의류 완구 관광 음식 항공 성형 분야가 상호 융합돼 고부가가치 산업을 탄생시키고 있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산업에서도 통합상품 관리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융합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업종과 기술의 벽 안에 갇혀 있으면 모든 융합은 위기가 될 것이고,스스로 업종과 기술의 벽을 넘어서면 모든 융합이 기회가 될 것이다. 글로벌 초우량 기업을 꿈꾸는 기업의 선택이 무엇이어야 할지는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