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독일 통일 주역들과 간담회를 갖고 통일 노하우에 대해 한 수 배웠다. 베를린에서 가진 간담회엔 서독과의 통일 협상을 이끈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총리,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호르스트 텔칙 전 총리 외교보좌관,외르크 쉔봄 전 독일 국방 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독일은 튼튼한 우방을 확보해서 통일을 준비할 수 있었고 구 소련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통일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고,독일이 구 소련과 협력했던 것처럼 중국과 그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들은 또 "1970년대 초반부터 동 · 서독 간 가족 왕래를 보장하고 자유롭게 전화 교환과 TV 시청을 허용한 게 통일의 토대가 됐다"고 회고했다. 이와 함께 "통일 당사자의 주변 질서가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변국에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 민족이라는 강력한 결속감이 있느냐 없느냐가 통일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인 과정이고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시했던 통일재원 방안 마련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지난해 만들기로 했던 한 · 독 통일자문위원회를 더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양국은 오는 10월 각기 통일전문가 12명씩 참석하는 첫 통일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권력 이양이 계획대로 이뤄지더라도 김정일의 대표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한은 (아랍국가의 민주화 운동인)재스민 혁명과 같은 움직임을 거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프랑크푸르트로 이동,바스프 지멘스 보쉬 등 독일의 주요기업 관계자 19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베를린 · 프랑크푸르트=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