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잔액 1조 급감…외국인 '상승'에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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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만에…공매도 비중도 1.92%로 하락
한국전력ㆍKT&G 등 내수주 집중 매수
한국전력ㆍKT&G 등 내수주 집중 매수
코스피지수가 4일 연속 하락하면서 증시 강세를 견인했던 외국인도 보수적인 행 보를 보이고 있다. 매수 규모를 줄이고 방어주 비중을 늘리면서 추가 조정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외국인이 이런 태도를 유지하거나 '팔자'로 돌아설 경우 조정 기간이 길어지고 조정폭도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외국인은 주가 하락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국인 이용 비중이 높은 대차거래 잔액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주식을 빌려 매도(공매도)하기 위한 대차거래가 줄어든다는 것은 주가 하락보다는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국인은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성 중
외국인은 이달 들어 증시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는 지난 3일 346억원,4일 141억원으로 줄었다. 6일엔 2398억원어치를 내다팔며 12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기도 했다. 9일 다시 순매수에 나섰으나 규모는 693억원에 그쳤다.
순매수 종목도 바뀌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히는 한국전력을 947억원어치 사들였다. 그동안 주가 상승에서 철저히 소외돼 저가 매력이 커진 데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덕분에 한전은 이달 들어 12.7% 뛰었다.
외국인은 KB금융(863억원) 신한지주(586억원) 등 은행주와 엔씨소프트 KT&G 롯데쇼핑 제일모직 등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잘 버티는 내수주를 순매수하고 있다. 추가 조정에 대비한 방어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차거래 감소세 전환
지수 상승과 함께 꾸준히 늘던 대차거래 잔액은 이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일 대차거래 잔액은 29조2836억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9일 잔액은 28조1721억원으로 4거래일 만에 1조1115억원 급감했다.
아직 미미하기는 하지만 대차거래 잔액 감소와 함께 공매도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6일 2.49%까지 치솟았던 공매도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9일 1.92%로 떨어졌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주로 증시 고점에서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용되는 전략"이라며 "수수료와 세금,대차거래에 따르는 이자비용 등을 감안할 때 주가가 1% 이상만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단기 급락으로 외국인이 차익 실현을 위해 공매도했던 주식을 되사 갚으면서 대차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그동안 자동차 화학 등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대차거래를 늘렸다는 점에서 포지션 청산(환매)에 나설 경우 이들 종목의 추가 낙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오름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지난달 21일 이후 이달 2일까지 대차거래 잔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웅진케미칼(139만주) 대우건설(94만주) 케이피케미칼(76만주) 포스코(62만주) 한라공조(61만주) 등이다. 이 중 웅진케미칼은 같은 기간 하루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0.63%에서 2.68%로 급증했다.
▶ 대차거래
주식을 장기로 보유하는 기관이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거래.빌리는 사람은 약속된 기간에 주식을 돌려줘야 한다.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외국인이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시기에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늘어난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