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 수주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규 수주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내 공작기계업체들의 신규 수주 금액은 전년 대비 22.4% 늘어난 4조275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산업 수요가 늘면서 내수 증가율이 87.8%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안정적인 내수 소비 기반 위에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작기계 업황 호조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에서 수출로 수요 이전

올해 공작기계 수주 증가의 핵심은 내수에서 수출로 수요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와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내수 증가율은 전년 대비 정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어 수출 증가율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기계업체들의 해외 수주 규모는 지난해보다 61.0% 증가한 2조2207억원으로 최고치였던 2008년 수주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2009년 일본 기계업체들의 신규 수주는 4118억엔으로 과거 호황기(2007년 1조5899억엔)의 25.9% 수준까지 급락했지만,작년에는 다시 9786억엔까지 회복됐다. 올해는 월별 수주가 1000억엔을 웃돌면서 호황기의 90% 수준까지 올라왔다.

◆G2(미국 · 중국)가 수요 견인

지난해 국내 공작기계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높았다. 중국 정부의 통화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공작기계 수요와 연관성이 높은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20% 중 · 후반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2009년 11%에서 지난해 15.7%로 회복됐다. 경기 회복에 따른 투자 확대로 중국의 공작기계 수요 증가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 증가로 자동차 및 건설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공작기계 증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미국의 공작기계 소비도 살아나고 있다. 월평균 3억3000만~3억5000만달러를 유지하던 미국의 공작기계 소비는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월평균 1억4000만달러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작년 2분기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든 수요는 4분기 이후 월평균 3억7000만달러를 회복했다. 미국 정부가 실시한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가 지속되면서 수요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극심한 침체 양상을 보였던 유럽의 소비도 개선되고 있다. 아직 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의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독일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공작기계 소비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80% 정도를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규 수주 사상 최고치 경신 전망

수출 호조로 국내 공작기계업체들의 올 신규 수주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로 두산인프라코어의 4월 공작기계 수주는 2200대를 돌파해 월별 최다 수주액을 경신했다. 한국정밀기계 역시 2009년 557억원으로 급감했던 신규 수주 규모가 지난해 1112억원까지 회복됐다. 올해엔 22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건설기계와 국내 조선업계의 투자 확대가 주된 요인이다.

다만 수주 호조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개선폭은 기업별로 차별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공작기계의 주요 부품인 컴퓨터 수치 제어(CNC)는 대부분 일본 기업들로부터 공급받는 터라 엔화 강세시 원가율이 상승하게 된다. 때문에 국내 공작기계 업체들의 수익성은 CNC 매출 비중과 원재료 매입 비중 등에 따라 달라진다. 반면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작년 말 기준 56%에 달하고,한국정밀기계(48%) SIMPAC(34%) 화천기공(31%) 순으로 수출 비중이 높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해외 생산비중도 높아 영향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업부와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등 해외법인의 건설기계 부문이 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공작기계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수익 증가율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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