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양시장이 살아난다고 해도 긴장할 수밖에 없지요. 시장 조사를 통해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재료를 꾸준하게 만들지 못하면 언제 미분양이 생길지 모릅니다. "

지방 중견 주택건설업체인 이지건설의 김용상 사장(59 · 사진)은 10일 "공사 현장에 미분양 물량이 아직 한 가구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료 있는 아파트에 청약자 몰린다"

이지건설은 김 사장이 1998년 광주광역시에 설립했다. 2006년 경기도 김포 장기지구에서 640가구를 분양한 데 이어 이듬해 판교신도시에 721가구,동탄신도시에 542가구를 공급하면서 수도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동판교 아파트촌을 지나다 보면 보이는 'EG the 1'이 이지건설 브랜드다.

김 사장은 지난해 5월 유령도시로 불리던 부산 정관신도시에서 978가구를 성공적으로 분양해 지역 분양시장을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그는 분양에 앞서 한 달가량 직원들을 데리고 부산 · 울산 · 양산 시장을 샅샅이 훑었다. 침체된 시장을 뚫을 재료를 찾고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최근 4년간 부산 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없었고 정관~석대 고속화도로 개설 등 교통여건이 좋아진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평면 차별화를 통해 실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용면적 84㎡에 방 4칸을 넣었음에도 같은 면적 방 3칸짜리 다른 아파트보다 크게 설계해 모델하우스 내방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말 광주광역시 수완지구에서 568가구를 모두 분양한 것도 수요자 니즈를 파악한 판매전략 덕분이다.

◆PF 대출 제로(0) · 공사비 현금 결제

김 사장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포기할 건 포기하고 발 빠르게 신규 사업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9년 말 모델하우스까지 지었던 경기도 고양 삼송신도시 개발사업을 접었다. 부지 계약금과 금융비용 180억원을 포기했다. 한때 '로또'로 불리던 인천 영종도 하늘신도시에서도 주상복합 2개 필지 사업을 130억원을 손해 보고 포기했다. 김 사장은 "인근 대형건설사들의 분양률이 형편 없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연말까지 분양 시장에서 강행군을 펼친다. 이달 말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봉선동에서 112~181㎡ 410가구를 내놓고 오는 8월께 충남 공주 신대동에 80㎡와 108㎡ 449가구를 분양한다.

하반기엔 서울 주택시장에 진출한다. 오는 7월께 도화동에서 오피스텔 180실을 선보이고 8~9월엔 각각 역삼동(76가구)과 도선동(250가구)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한다.

김 사장의 자랑거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및 어음 사용이 전혀 없고 공사비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점이다. 그는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는 배경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