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시장을 정복한 후 11년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기다. '

토머스 프리드먼이 예찬했던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 이야기다. 렉서스는 올 들어 4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6만4932대를 팔아 BMW(7만1417대),메르세데스 벤츠(7만1388대)에 이어 3위로 밀렸다. 렉서스가 미국 럭셔리카에서 1위 자리를 놓친 것은 11년 만이다.

도요타는 1989년 BMW와 벤츠가 주도하던 미 럭셔리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렉서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당시 렉서스는 시승 행사를 경쟁자의 심장부인 독일 쾰른에서 가져 주목을 끌었다. Lexus라는 이름에 '미국에 수출하자(let's export to US)'라는 뜻이 담겼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후 기술력과 최상의 서비스를 무기로 미국 시장 진출 11년 만인 2000년 럭셔리카 1위에 올라섰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책을 통해 렉서스를 예찬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렉서스의 미국내 입지는 흔들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럭셔리카 시장이 회복될 즈음 도요타가 가속 페달의 일부 결함으로 렉서스 모델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가량을 리콜한 것이 직격탄이었다. 연간 3만~5만대였던 BMW와의 판매 격차는 지난해 9000대로 좁혀졌고 올 들어 BMW,벤츠에 나란히 추월당해 3위로 주저앉았다.

렉서스가 이미지 실추와 일본 대지진 여파에 따른 공급부족 문제로 홍역을 겪고 있는 틈을 타 BMW와 벤츠는 딜러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BMW와 벤츠의 평균 판매가격 대비 인센티브 비율은 6.8% 수준으로 렉서스의 4.4%에 비해 높다. 리서치 회사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렉서스의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1879달러로 벤츠(3625달러), BMW(3275달러)에 비해 낮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신 모델 출시경쟁에서 렉서스가 BMW와 벤츠에 한 발 밀린다"고 지적했다. BMW는 올해 X3 신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조만간 X1 출시도 검토중이다. 벤츠는 올 들어 베스트셀링 모델인 C클래스와 CLS쿠페로 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MW는 지난해 7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SUV 모델을 생산하는 오스트리아 공장을 미국으로 확장 이전했다. 벤츠는 앨라배마 공장에 2억9000만달러를 투자중이며 연내 M클래스의 신모델을 생산키로 하는 등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천채영 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일본 대지진에 따른 공급부족 문제가 5월부터 렉서스 판매에 본격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내 판매증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렉서스의 미국 판매비중은 지난해 55.6%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