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태양전지사업 재검토"] "이대론 中에 태양전지 다 뺏겨"…李회장 "양산 보류" 전격 결정
작년 5월1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어 5대 신수종사업을 정했다. 이 자리에서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 · 제약,의료기기 등이 10년 후 삼성의 먹을거리로 정해졌다. 삼성이 올 들어 신수종사업별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태양전지 분야도 조만간 세부 사업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태양전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 "태양전지사업 재검토"] "이대론 中에 태양전지 다 뺏겨"…李회장 "양산 보류" 전격 결정

◆태양전지 사업 원점에서 재검토

삼성이 태양광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독일 미국 중국은 물론 국내 기업들보다도 늦게 준비했지만 시장에서는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삼성이 뛰어드는 순간 단숨에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룹 차원의 준비도 착착 진행했다. 폴리실리콘→잉곳 · 웨이퍼→셀 · 모듈→발전 등 태양광사업의 수직 계열화 구조에 맞춰 계열사별로 역할을 분담하도록 했다. 올해 2월 삼성정밀화학이 미국 MEMC와 손잡고 폴리실리콘 합작사를 만들기로 한 데 이어 삼성코닝정밀소재는 태양전지용 기판유리와 잉곳 · 웨이퍼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수직 계열화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셀 · 모듈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2009년 LCD사업부 산하에 광에너지사업팀을 신설,시스템LSI사업부 출신인 최창식 부사장을 팀장으로 임명하고 수백명의 반도체사업부와 LCD사업부의 개발 · 마케팅 인력을 투입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시장의 경쟁 구도를 깨기에는 기술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사 앞설 기술 개발 못한 게 원인

태양전지 셀 경쟁력은 햇빛을 받아 얼마만큼의 전기를 만들어내는지를 뜻하는 '광변환 효율'에 따라 좌우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효율은 17~18% 수준이다. 삼성전자 광에너지사업팀이 개발한 셀 효율은 13%대로 알려졌다. 태양광 시장이 빠르게 '레드오션'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이 정도 수준으로는 경쟁사를 일거에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장비 문제인지,설계 잘못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부 결함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다른 기업들이 잇따라 태양전지 양산에 나서는 데 비해 사업 추진 속도가 늦는 것도 삼성이 사업 재검토를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다른 계열사로 이전 또는 새 법인 설립

사업 재검토 결정 이후 삼성 내부에서는 세 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삼성전자 광에너지사업팀에 계속 사업을 맡기는 방안이다. 태양전지 셀 제조공정이 반도체 · LCD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달리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에버랜드,삼성물산,삼성정밀화학 등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로 넘기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에버랜드 등에 생산라인이 없다는 점에서 2차전지를 양산하는 삼성SDI로 사업을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ED와 OLED처럼 아예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통째로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에서 재검토 결정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삼성전자에 맡기지 않고 추진 주체를 바꾸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이 태양전지 사업 진출 시기를 무기한 늦추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달 27일 새만금에 7조6000억원을 투입해 2021년부터 2040년까지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발표 내용으로 볼 때 단시일 내 태양전지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추진하는 쪽으로 전략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태명/김현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