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철 칼럼] 메가뱅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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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産銀의 우리금융 인수…민영화·公자금회수원칙 지켜야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끝까지 채우면 스타일이 망가진다. 누구나 아는 이 단순한 진리를 왜 정부는 외면하려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튀어나온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설(說)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영화에 실패한 우리금융을 국책금융기관인 산은지주가 인수함으로써 메가뱅크(초대형은행)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불거져 나왔다.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원전수주 등 대형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세계 50위권에 드는 대형 금융회사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메가뱅크는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일리 있는 말이다. 비단 해외 프로젝트 지원이 아니더라도 '금융의 삼성전자'는 필요하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산은지주를 통해 우리금융을 인수토록 한다는 구상이 현실화되기에는 장벽이 너무 많다. 우선 이 방안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포기해야만 가능하다. 정부는 우리금융을 10년 가까이 손에 쥐고 있다가 작년 민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유효경쟁이 안된다며 포기했다. 민영화의 불씨를 다시 지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우리금융을 산은에 넘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대담한 배짱이 아니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산은 민영화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게 되면 증자 등을 감안할 때 자기자본만 20조원 가까운 대형은행이 탄생한다. 민영화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진다. 이미 산은지주의 민영화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수신기반이 없는 산은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가 없는 탓이다. 그 때문인지 정부 스스로도 산은 민영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판에 우리금융까지 얹는다면 민영화의 길은 더 요원해진다.
기술적인 문제들도 적지 않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지주사 간 최소지분 소유 요건을 95%에서 50%으로 완화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친다는 것이다. 들리는 말이 사실이라면 금융지주사 인수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겠다는 당초의 입법취지에 역행한다. 특혜시비를 불러올 게 뻔하다.
정부가 해외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는 대형은행을 원한다면 차라리 산은 민영화를 깨끗히 포기하는 게 순리다. 그런 다음 산업은행,산업은행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기능을 재조정하거나 합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게 옳다. 국책은행의 새판짜기는 정부가 재량껏 할 수 있는 영역 아닌가. 우리금융도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지만 이는 임시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금융을 국책은행과 같은 기준으로 봐서는 안된다.
덩치만 커진다고 세계적인 은행으로 우뚝 서는 것도 아니다. 규모로만 치면 중국계와 일본계 은행이 앞서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을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난 은행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인적자원과 소프트웨어를 갖춰야만 세계적인 은행으로 대우받는다.
우리금융을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이 인수하면 거대 상업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실금융회사도 아닌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지주사에 넘기기가 쉽지 않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합칠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모를까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것은 심각한 저항에 부닥칠 소지가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형은행 예찬론이 쑥 들어간 터라 시장의 반응은 미지수다.
우리금융을 매개체로 삼아 은행권 인수 · 합병(M&A)을 성사시키고 싶은 욕심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해당 금융회사는 물론 투자자나 국회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요란한 소리만 내다 우리금융 민영화마저 더 뒤죽박죽으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할 수 있는 것만 하기에도 이 정권에 남은 시간은 너무 짧다.
고광철 < 논설위원·경제교육연구소장 >
민영화에 실패한 우리금융을 국책금융기관인 산은지주가 인수함으로써 메가뱅크(초대형은행)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불거져 나왔다.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원전수주 등 대형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세계 50위권에 드는 대형 금융회사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메가뱅크는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일리 있는 말이다. 비단 해외 프로젝트 지원이 아니더라도 '금융의 삼성전자'는 필요하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산은지주를 통해 우리금융을 인수토록 한다는 구상이 현실화되기에는 장벽이 너무 많다. 우선 이 방안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포기해야만 가능하다. 정부는 우리금융을 10년 가까이 손에 쥐고 있다가 작년 민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유효경쟁이 안된다며 포기했다. 민영화의 불씨를 다시 지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우리금융을 산은에 넘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대담한 배짱이 아니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산은 민영화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게 되면 증자 등을 감안할 때 자기자본만 20조원 가까운 대형은행이 탄생한다. 민영화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진다. 이미 산은지주의 민영화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수신기반이 없는 산은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가 없는 탓이다. 그 때문인지 정부 스스로도 산은 민영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판에 우리금융까지 얹는다면 민영화의 길은 더 요원해진다.
기술적인 문제들도 적지 않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지주사 간 최소지분 소유 요건을 95%에서 50%으로 완화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친다는 것이다. 들리는 말이 사실이라면 금융지주사 인수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겠다는 당초의 입법취지에 역행한다. 특혜시비를 불러올 게 뻔하다.
정부가 해외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는 대형은행을 원한다면 차라리 산은 민영화를 깨끗히 포기하는 게 순리다. 그런 다음 산업은행,산업은행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기능을 재조정하거나 합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게 옳다. 국책은행의 새판짜기는 정부가 재량껏 할 수 있는 영역 아닌가. 우리금융도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지만 이는 임시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금융을 국책은행과 같은 기준으로 봐서는 안된다.
덩치만 커진다고 세계적인 은행으로 우뚝 서는 것도 아니다. 규모로만 치면 중국계와 일본계 은행이 앞서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을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난 은행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인적자원과 소프트웨어를 갖춰야만 세계적인 은행으로 대우받는다.
우리금융을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이 인수하면 거대 상업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실금융회사도 아닌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지주사에 넘기기가 쉽지 않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합칠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모를까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것은 심각한 저항에 부닥칠 소지가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형은행 예찬론이 쑥 들어간 터라 시장의 반응은 미지수다.
우리금융을 매개체로 삼아 은행권 인수 · 합병(M&A)을 성사시키고 싶은 욕심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해당 금융회사는 물론 투자자나 국회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요란한 소리만 내다 우리금융 민영화마저 더 뒤죽박죽으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할 수 있는 것만 하기에도 이 정권에 남은 시간은 너무 짧다.
고광철 < 논설위원·경제교육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