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비유하자면 '시즌 2'를 시작한 셈이죠.전작에서 서울과 경기,충북,제주와 다도해,경남 대부분을 언급조차 못했던 게 늘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문화재 행정과 관련해 공직에서 겪은 후일담도 녹여내 '나의 공무원답사기'이기도 합니다. "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62 · 사진)가 10년 만에 6권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내놨다. 이 시리즈의 1권 《남도답사 일번지》는 120만부나 팔려 국내 인문서로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그는 이후 세 권의 국내편과 두 권의 북한 여행기를 통해 전국적인 답사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다섯 권의 총 판매부수는 260만부.

이번에 6권 《인생도처유상수》(창비 펴냄)를 출간했다. 옛 시구에서 가져온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는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고수들에 대한 경의를 나타낸다.

그는 "답사를 다니면서 문득 떠오른 건 하나의 문화재와 명작이 탄생하기까지 무수한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고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며 남들 모르게 깨달음을 얻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도 상수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경복궁 근정전 앞뜰의 박석이 지닌 가치를 발견해낸 경복궁 관리소장,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작의 의미를 천연덕스레 해석하는 촌로 등이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4개의 장(章)을 경복궁에 할애한다. 그는 "'자금성에 비하면 경복궁은 뒷간밖에 안 된다'는 식의 자기비하를 주변에서 줄곧 들어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1420년에 완공된 자금성은 5문3조(五門三朝)의 황궁이고 그보다 25년 빠른 1395년에 완성된 경복궁은 당시 동아시아의 국제적 관례를 따라 3문3조(三門三祖)의 왕궁 형식을 따랐다는 것.게다가 허허벌판에 지은 자금성과 달리 경복궁은 처음부터 어느 지점에서 보아도 북악산과 인왕산이 보이도록 '자연과의 어울림'을 잘 살렸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 밖에도 광화문,순천 선암사,달성 도동서원,거창과 합천,부여 · 논산 · 보령 등을 두루 훑는다. 자연과 문화재는 예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역사 지리 등과 연결된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판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정작 준비한 과거 선인들의 유명한 글씨체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한 광화문 현판 뒷얘기,고즈넉한 산사(山寺)로 가는 선암사 진입로가 2차선 아스팔트 도로로 바뀐 일화,전통 한옥을 지키는 종갓집 맏며느리들의 협회를 결성하려다 포기한 사연 등 공직 경험담도 곳곳에 담았다.

"저의 소견보다 가끔은 외국인의 눈을 통해 보면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아름답고 뛰어난지 더 확연해질 때가 있어요. 꾸미지 않고 썼습니다. 사진도 80% 가량 제가 본 그대로를 직접 찍었고요. 달라진 점이요? 나무와 자연 얘기가 더 많아진 거랄까요. 혹자는 나무가 좋아지는 건 환갑을 넘었다는 증거라고 합디다.(웃음)"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