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 VIP가 방문할 때마다 의전팀 못지않게 비상이 걸리는 곳이 있다. 5층에 있는 사옥 내 VIP 식당 코퍼리트 클럽(corporate club)이다. VIP가 즐기거나 싫어하는 음식을 비롯해 온갖 정보를 꼼꼼히 챙겨 최고의 요리사들이 최고의 메뉴를 짠다. 모임 성격에 따라 음식과 술의 종류도 달라진다.

유럽 자동차회사인 피아트의 존 엘칸 회장이 지난해 말 삼성을 찾았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2)이 두 시간여 동안 식사를 함께한 곳도 코퍼리트 클럽이다. 외부인에겐 철저히 가려진 대기업 사옥 내 '비밀의 식당'을 11일 찾아가봤다.

◆코퍼리트 클럽…최고 서비스로 무장

삼성 코퍼리트 클럽은 '회사 식당'이란 뜻의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VIP용이다. 삼성 계열사에서도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이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2008년 완공한 서초사옥을 지을 때부터 사옥 내 VIP 접대용 식당으로 준비했다. 계열사인 호텔신라에서 운영한다. 거래선과의 비밀스런 협상 때는 도청방지 장치를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로비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코퍼리트 클럽으로 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짙은 푸른색 계통의 정장을 입은 남성직원이 손님을 안내한다. 1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룸을 8개 갖췄다. 엘리베이터 근처엔 수백병의 와인을 갖춘 와인바와 소믈리에가 있어 와인을 곁들인 만찬 행사를 지원한다.

내부는 대리석과 원목으로 장식했고,파우더룸엔 현대적인 느낌의 그림을 걸어놓아 아늑함을 주도록 했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최대한 외부 노출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겸한 사업 미팅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퍼리트 클럽이 외부인사 전용이라면 42층에 있는 이건희 회장 집무실 근처 회의실은 삼성 최고위층이 식사를 하는 '삼성 VIP 클럽'으로 통한다. 이 회장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삼성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면서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하는 곳이다.

이 회장은 통상 자신의 집무실인 '승지원'에서 외부 주요 인사를 만나거나 사장단과 회의를 겸한 식사를 했지만,요즘엔 42층에서 삼성 계열사 사장단을 차례로 만난다.

◆SK '다이아몬드룸',LS 카페테리아

SK그룹은 서울 서린동 사옥 35층에 VIP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워커힐호텔에서 케이터링 서비스를 한다. 다이아몬드룸과 루비룸이 있다.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등이 주요 거래선을 만날 때 이용한다. 서울 시내에서 전망이 좋은 곳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LS그룹도 VIP식당을 두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 사옥을 지으며 거래선의 동선을 고려해 사옥 내 2층에 별도의 카페테리아를 꾸렸다. 아워홈이 음식을 제공하며 거래선 취향에 따라 별도 주문도 받는다.

구자열 LS전선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손종호 LS전선 사장 등이 주로 이용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서울 광화문 인근에 배를 상징하는 모형으로 지붕을 만들어 놓은 와인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수준급의 소믈리에도 있다.

별도의 VIP 식당을 두지 않는 곳도 많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 있는 일반 레스토랑 '송로'를 자주 찾는다.

구 회장이 이곳에서 즐겨찾는 메뉴는 '대구간국'이다. 현대자동차 계동사옥 15층에도 한때 VIP식당이 있었다. 작은 공기 대신 큰 식기에 담겨 나오는 밥이 유명했다.

김현예/조재희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