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여행] 물이 빠지자 갯벌이 열렸다…客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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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당진 (下)
대호방조제 끝 '도비도', 너른 갯벌 여기저기 굴 캐는 인파로 붐비는데
석문 방조제 건너 성구미·한진 포구엔 치명적인 쓸쓸함만이…
대호방조제 끝 '도비도', 너른 갯벌 여기저기 굴 캐는 인파로 붐비는데
석문 방조제 건너 성구미·한진 포구엔 치명적인 쓸쓸함만이…
충남의 최북단에 있는 당진군은 송산 · 송악 · 석문면 등 북쪽 지역의 3분의 2가 바다와 접하는 지리적 특징 때문에 많은 포구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대호 · 석문방조제 등을 쌓아 간척지를 만들거나 공업단지를 조성하면서 포구들은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본래 난지도에 딸린 9개 섬 중 육지에 가장 가까운 도비도는 대호방조제 축조로 육지가 됐다.
작은 섬에서 너른 갯벌을 갖춘 '포구'로
당진의 포구를 돌아보는 여정을 위해 아침 일찍 대호방조제 끝에 있는 도비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건너편엔 대조도 백사장과 소조도가 손 뻗으면 닿을 듯 펼쳐져 있다. 조금 더 멀리 눈길을 주자 서산 심길포항이 손짓한다. 선착장 바로 옆,너른 갯벌은 벌써 굴 캐는 인파로 붐빈다.
도비도 앞바다는 무창포처럼 썰물 때면 갯벌이 바다 쪽으로 길게 갈라진다. 그때 물 빠진 갯벌을 따라 바다 깊숙이까지 들어간다. 어떤 이는 배를 타고 건너가고,어떤 이는 장화를 신고 저벅저벅 걸어서 갯벌로 간다. 조세나 호미 등을 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지락 채취 삼매에 빠져 있다. 전망대 아래 우무도 정면에 있는 더 넓고 긴 갯벌에도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구럭에 담긴 내용물을 기웃거린다. 씨알이 작은 바지락들이 애처롭다.
대호방조제(7.8㎞)를 따라 섬을 돌아가자 그제야 서해안의 절경이라는 소난지도가 높은 산에 둘러싸여 모습을 드러낸다. 대호방조제 안쪽에 형성된 드넓은 간척지를 바라본다. 이곳의 강 · 습지 · 논은 겨울 철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해 생태의 보고가 되고 있다. 여자의 변신에 대해선 무죄를 확신할 수 없지만 도비도의 변신만은 완전 무죄다.
살아남는 포구와 사라지는 포구
지형이 왜가리 목처럼 생겼다는 왜목마을로 접어든다. 일출 때는 지났지만 일출 · 일몰의 '전망대' 노릇을 하는 마을 뒷산 석문산(79m)에 오른다. 얼굴을 감싼 채 새해 일출을 바라보던 추억이 떠오른다. 화성 매향리 쪽에서 떠 장고항 뒷산 정상으로 솟아오르던 해는 얼마나 장엄했던가. 이곳의 일출이 가장 멋있을 때는 장고항 노적봉과 촛대바위에서 떠오르는 2월과 10월 사이다.
선착장 왼쪽 해변의 갯바위로 간다. 마을 노인들이 자연산 굴의 서식지인 이곳에서 심심파적 삼아 따온 굴을 넣고 지은 굴밥이 요즘 왜목마을의 별미로 소문났다. 용무치를 거쳐 장고항에 닿는다. 선착장에 서자 국화도가 실물 크기로 다가온다. 노적봉 앞에 들어찬 포장마차들은 간재미와 실치회 맛을 보러 찾아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장고항은 실치가 많이 잡히는 포구다. 실치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곧 죽어버린다. 얼른 날것으로 무쳐 먹거나 말려서 뱅어포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곧 본격적인 실치회 철이 시작될 것이다. 석문방조제(10.6㎞)를 지나 섬처럼 끝이 막혔다고 해서 '섬꾸미'라 불렀던 성구미에 닿는다. 성구미는 봄이면 간재미회로 이름났던 곳이다. '가오리 새끼'인 간재미는 홍어와 함께 가오리목에 속하는 생선이다. 그러나 홍어와 달리 발효가 일어나지 않아 생으로 무쳐 먹는다. 산란기가 된 암컷의 살이 도톰하게 오르는 4~5월이 가장 맛있는 철이다.
그러나 간재미 철이라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포구는 한산하다. 발파작업장을 오가는 트럭들과 폐가들만 눈에 띌 뿐이다. 안타깝게도 이 유서 깊은 포구는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주민들은 2013년 10월 이전에 성구미를 떠나야 한다. 포구에 정박해 있던 배들은 벌써 떠났다. 그래도 포구엔 예닐곱 남은 포장마차들이 '의연하게' 회를 팔고 있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찾아든다. 자신이 고른 생선회를 즉석에서 맛보려는 사람들과 회를 포장해서 가져가려는 사람들이다.
포구 건너편에선 현대제철소 건물들이 바라보고 있다. 한때는 "성구미 가서 돈자랑 마라"는 시절이 있었건만 모두가 허망한 일이 됐다. 방파제에 이르자 꽤 많은 낚시꾼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어떤 낚싯대로 낚아야 후회 없는 봄날이 낚여질까.
한진 포구와 심훈 문학의 산실 필경사
당나라와 해상 무역을 한 항구였다고 해서 한진(漢津)이라 했다는 한진 포구에 한 줄기 바람으로 스며든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이 출항하던 포구였던 이곳은 지금 고대 · 부곡 국가산단에 밀려 횟집 몇 집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쓸쓸한 포구 가에 서서 행담도를 거쳐 지나는,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긴 교량인 서해대교를 바라본다. 물 위를 뛰어 도망간다 해서 '예수 도마뱀'이란 별칭을 가진 바실리스크(basilisk) 도마뱀이 떠오른다. 서해대교야말로 물 위를 뛰어가는 한 마리 바실리크 도마뱀이다. 주탑과 주형을 케이블로 경사지게 연결한 사장교인 서해대교라는 바실리크 도마뱀은 7.3㎞나 되는 긴 꼬리를 갖고 있다.
아쉽게도 서해대교 중간으로 떨어지는 장엄한 해넘이를 보지 못한 채 포구를 떠난다. 썰물에 시커멓게 모습을 드러낸 갯벌.한진포구의 마지막 젖줄이랄 수 있는 바지락 양식장이다. 갯벌 너머 저 멀리서 출렁이는 바닷물을 바라본다. 물결 위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는 조그만 어선들….가슴속에서 무언가 툭,하고 엇박자를 내며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동해를 돌아보고 온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동해를 보고 나서 서해를 보면 전혀 바다같지 않다고.물의 깊이만 놓고 봤을 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서해와 그 갯벌에는 사람의 마음을 뿌리까지 건드리는 치명적 쓸쓸함이 있다. 동해에는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 치명적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는 인생을 덜 산 사람이거나 생각 없이 살아버린 사람인지 모른다.
송악면 부곡리 251의 12 필경사는 심훈(1901~1936) 문학의 산실이다. 집필생활을 위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부친이 있는 이 마을로 내려온 심훈은 1934년 직접 설계해 집을 짓고 일제강점기 농촌 계몽소설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상록수》(1935)를 썼다. 필경사는 한때 교회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심훈의 장조카인 고 심재영 옹이 되사 관리하다 당진군에 희사했다. 그날이 오면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시 '그날이 오면')리라던 그는 《상록수》 출판 관계로 상경했다 장티푸스에 걸려 36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작품을 통해서 보면 그는 어두운 식민지 치하에서도 낙관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인 것 같다. 낙관이야말로 지치지 않는 힘이 되어 자신을 굳게 세우고 세상을 푸르게 한다. 그러나 나는 늘 생의 추를 낙관보다 비관 쪽에 두고 산 사람이다. 상록수 교회 앞 '상록수'인 소나무가 이룬 울창한 숲에 잠시 머문다. 부디 생에 대한 낙관이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처럼 내 몸 안으로 스며들기를….
'상록수'가 태어난 필경사, '세 개의 섬' 국화도에서 지친 心身을 달래고…
4000원짜리 백반에 열 가지 넘는 반찬이…'싼 게 비지떡'은 잊었다
[맛집]
'아침 됩니다 한밭 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모자를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난다/ 구두를 벗으니/ 발에서 김이 난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윤제림 시 '가정식 백반' 전문)
당진읍 읍내리 662의 18 당진 재래시장 앞 행운식당(041-354-1049)의 백반 한 그릇값은 4000원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엔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밥 한 공기에 열 가지 넘게 반찬이 나오고 찌개까지 딸려 나온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근거 없는 의심병을 단박에 떨쳐버릴 수 있는 집이다.
[여행정보]
지난달 8일 문을 연 송악면 기지시리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줄다리기만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4만643㎡의 대지 위에 2326㎡ 규모의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전시실,수장고,보존회사무실,대강당,짚풀문화체험관,농악연습실과 시연장 등을 갖췄다.
기지시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는 500여년 전,마을의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된 농경사회의 민속놀이로 농촌사회의 협동의식과 민족생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놀이.기지시란 마을 이름은 저수지 둑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장고항 선착장에서 화성 국화도로 가는 배를 타는 것도 권할 만하다. 국화가 많이 피는 섬이라 해서 국화도라 불렀다고 한다. 세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는데 물이 빠지면 세 섬을 다 걸어서 가 볼 수 있다. 50여가구의 한적한 어촌마을이다. 장고항에서 하루에 여섯 번 운항한다. 운항시간 50분,왕복 승선료 어른 6000원,어린이 4000원.
안병기 여행작가 smreoquf@hanmail.net
작은 섬에서 너른 갯벌을 갖춘 '포구'로
당진의 포구를 돌아보는 여정을 위해 아침 일찍 대호방조제 끝에 있는 도비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건너편엔 대조도 백사장과 소조도가 손 뻗으면 닿을 듯 펼쳐져 있다. 조금 더 멀리 눈길을 주자 서산 심길포항이 손짓한다. 선착장 바로 옆,너른 갯벌은 벌써 굴 캐는 인파로 붐빈다.
도비도 앞바다는 무창포처럼 썰물 때면 갯벌이 바다 쪽으로 길게 갈라진다. 그때 물 빠진 갯벌을 따라 바다 깊숙이까지 들어간다. 어떤 이는 배를 타고 건너가고,어떤 이는 장화를 신고 저벅저벅 걸어서 갯벌로 간다. 조세나 호미 등을 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지락 채취 삼매에 빠져 있다. 전망대 아래 우무도 정면에 있는 더 넓고 긴 갯벌에도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구럭에 담긴 내용물을 기웃거린다. 씨알이 작은 바지락들이 애처롭다.
대호방조제(7.8㎞)를 따라 섬을 돌아가자 그제야 서해안의 절경이라는 소난지도가 높은 산에 둘러싸여 모습을 드러낸다. 대호방조제 안쪽에 형성된 드넓은 간척지를 바라본다. 이곳의 강 · 습지 · 논은 겨울 철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해 생태의 보고가 되고 있다. 여자의 변신에 대해선 무죄를 확신할 수 없지만 도비도의 변신만은 완전 무죄다.
살아남는 포구와 사라지는 포구
지형이 왜가리 목처럼 생겼다는 왜목마을로 접어든다. 일출 때는 지났지만 일출 · 일몰의 '전망대' 노릇을 하는 마을 뒷산 석문산(79m)에 오른다. 얼굴을 감싼 채 새해 일출을 바라보던 추억이 떠오른다. 화성 매향리 쪽에서 떠 장고항 뒷산 정상으로 솟아오르던 해는 얼마나 장엄했던가. 이곳의 일출이 가장 멋있을 때는 장고항 노적봉과 촛대바위에서 떠오르는 2월과 10월 사이다.
선착장 왼쪽 해변의 갯바위로 간다. 마을 노인들이 자연산 굴의 서식지인 이곳에서 심심파적 삼아 따온 굴을 넣고 지은 굴밥이 요즘 왜목마을의 별미로 소문났다. 용무치를 거쳐 장고항에 닿는다. 선착장에 서자 국화도가 실물 크기로 다가온다. 노적봉 앞에 들어찬 포장마차들은 간재미와 실치회 맛을 보러 찾아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장고항은 실치가 많이 잡히는 포구다. 실치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곧 죽어버린다. 얼른 날것으로 무쳐 먹거나 말려서 뱅어포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곧 본격적인 실치회 철이 시작될 것이다. 석문방조제(10.6㎞)를 지나 섬처럼 끝이 막혔다고 해서 '섬꾸미'라 불렀던 성구미에 닿는다. 성구미는 봄이면 간재미회로 이름났던 곳이다. '가오리 새끼'인 간재미는 홍어와 함께 가오리목에 속하는 생선이다. 그러나 홍어와 달리 발효가 일어나지 않아 생으로 무쳐 먹는다. 산란기가 된 암컷의 살이 도톰하게 오르는 4~5월이 가장 맛있는 철이다.
그러나 간재미 철이라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포구는 한산하다. 발파작업장을 오가는 트럭들과 폐가들만 눈에 띌 뿐이다. 안타깝게도 이 유서 깊은 포구는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주민들은 2013년 10월 이전에 성구미를 떠나야 한다. 포구에 정박해 있던 배들은 벌써 떠났다. 그래도 포구엔 예닐곱 남은 포장마차들이 '의연하게' 회를 팔고 있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찾아든다. 자신이 고른 생선회를 즉석에서 맛보려는 사람들과 회를 포장해서 가져가려는 사람들이다.
포구 건너편에선 현대제철소 건물들이 바라보고 있다. 한때는 "성구미 가서 돈자랑 마라"는 시절이 있었건만 모두가 허망한 일이 됐다. 방파제에 이르자 꽤 많은 낚시꾼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어떤 낚싯대로 낚아야 후회 없는 봄날이 낚여질까.
한진 포구와 심훈 문학의 산실 필경사
당나라와 해상 무역을 한 항구였다고 해서 한진(漢津)이라 했다는 한진 포구에 한 줄기 바람으로 스며든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이 출항하던 포구였던 이곳은 지금 고대 · 부곡 국가산단에 밀려 횟집 몇 집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쓸쓸한 포구 가에 서서 행담도를 거쳐 지나는,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긴 교량인 서해대교를 바라본다. 물 위를 뛰어 도망간다 해서 '예수 도마뱀'이란 별칭을 가진 바실리스크(basilisk) 도마뱀이 떠오른다. 서해대교야말로 물 위를 뛰어가는 한 마리 바실리크 도마뱀이다. 주탑과 주형을 케이블로 경사지게 연결한 사장교인 서해대교라는 바실리크 도마뱀은 7.3㎞나 되는 긴 꼬리를 갖고 있다.
아쉽게도 서해대교 중간으로 떨어지는 장엄한 해넘이를 보지 못한 채 포구를 떠난다. 썰물에 시커멓게 모습을 드러낸 갯벌.한진포구의 마지막 젖줄이랄 수 있는 바지락 양식장이다. 갯벌 너머 저 멀리서 출렁이는 바닷물을 바라본다. 물결 위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는 조그만 어선들….가슴속에서 무언가 툭,하고 엇박자를 내며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동해를 돌아보고 온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동해를 보고 나서 서해를 보면 전혀 바다같지 않다고.물의 깊이만 놓고 봤을 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서해와 그 갯벌에는 사람의 마음을 뿌리까지 건드리는 치명적 쓸쓸함이 있다. 동해에는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 치명적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는 인생을 덜 산 사람이거나 생각 없이 살아버린 사람인지 모른다.
송악면 부곡리 251의 12 필경사는 심훈(1901~1936) 문학의 산실이다. 집필생활을 위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부친이 있는 이 마을로 내려온 심훈은 1934년 직접 설계해 집을 짓고 일제강점기 농촌 계몽소설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상록수》(1935)를 썼다. 필경사는 한때 교회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심훈의 장조카인 고 심재영 옹이 되사 관리하다 당진군에 희사했다. 그날이 오면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시 '그날이 오면')리라던 그는 《상록수》 출판 관계로 상경했다 장티푸스에 걸려 36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작품을 통해서 보면 그는 어두운 식민지 치하에서도 낙관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인 것 같다. 낙관이야말로 지치지 않는 힘이 되어 자신을 굳게 세우고 세상을 푸르게 한다. 그러나 나는 늘 생의 추를 낙관보다 비관 쪽에 두고 산 사람이다. 상록수 교회 앞 '상록수'인 소나무가 이룬 울창한 숲에 잠시 머문다. 부디 생에 대한 낙관이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처럼 내 몸 안으로 스며들기를….
'상록수'가 태어난 필경사, '세 개의 섬' 국화도에서 지친 心身을 달래고…
4000원짜리 백반에 열 가지 넘는 반찬이…'싼 게 비지떡'은 잊었다
[맛집]
'아침 됩니다 한밭 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모자를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난다/ 구두를 벗으니/ 발에서 김이 난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윤제림 시 '가정식 백반' 전문)
당진읍 읍내리 662의 18 당진 재래시장 앞 행운식당(041-354-1049)의 백반 한 그릇값은 4000원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엔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밥 한 공기에 열 가지 넘게 반찬이 나오고 찌개까지 딸려 나온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근거 없는 의심병을 단박에 떨쳐버릴 수 있는 집이다.
[여행정보]
지난달 8일 문을 연 송악면 기지시리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줄다리기만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4만643㎡의 대지 위에 2326㎡ 규모의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은 전시실,수장고,보존회사무실,대강당,짚풀문화체험관,농악연습실과 시연장 등을 갖췄다.
기지시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는 500여년 전,마을의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된 농경사회의 민속놀이로 농촌사회의 협동의식과 민족생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놀이.기지시란 마을 이름은 저수지 둑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장고항 선착장에서 화성 국화도로 가는 배를 타는 것도 권할 만하다. 국화가 많이 피는 섬이라 해서 국화도라 불렀다고 한다. 세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는데 물이 빠지면 세 섬을 다 걸어서 가 볼 수 있다. 50여가구의 한적한 어촌마을이다. 장고항에서 하루에 여섯 번 운항한다. 운항시간 50분,왕복 승선료 어른 6000원,어린이 4000원.
안병기 여행작가 smreoquf@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