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 가격 급락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에 빗댄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12일 "흥미로운 점은 시청률면에서 ‘위탄’이 20%를 넘어선 데 반해 ‘나가수’는 10%에 불과함에도 '대세’로 떠오른 점"이라며 "원유는 '위탄'에 비유할 수 있고, 은(銀)이 바로 '나가수'"라고 분석했다.

상품시장의 맏형이고 글로벌 경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원유가격이 최근 10% 이상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지만 원유가격 하락 역시 상품시장 하락의 원인 제공자가 아닌 단순 피해자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얼핏 봐서는 상품시장 급락의 단초 제공이 오사마 빈라덴 죽음과 달러강세로 읽힐 수 있지만 이는 함정"이라며 "이 같은 이슈가 진정한 상품가격 하락 원인이라면 원자재 가격하락은 지난 3일 은 가격급락과 함께 일어났어야 했지만 당일 상품시장은 은을 제외하면 매우 조용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구리, 니켈 등 산업금속 가격은 소폭 상승하며 마감했지만 이튿날에도 은 가격하락은 멈추지 않았고 기타 원자재 가격하락이 도미노처럼 연쇄적(Chain-Reaction)으로 일어났다는 것. 이는 은 가격급락이 전체 원자재가격 하락의 실질적 원인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상품가격 하락 이슈의 중심, 즉 ‘나가수’는 은이었다는 얘기다.

이 애널리스트는 "은 가격급락의 원인을 파악한다면 전체 원자재 가격하락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커다란 변화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최근 은 가격 급등은 투기에 의한 것이었고, 폭주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의 QE2가 발표됐던 8월 이후 상승률을 기준으로 귀금속계 맏형인 금 가격이 28% 상승한 데 비해 은 가격은 급락 이전까지 무려 160%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이는 은 가격 급등이 투기에 의한 것이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4월 중순 이후는 대표적 은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Silver Trust' 거래량이 S&P 500 ETF 거래량을 계속 앞질렀고, 이 역시 대표적인 은 투기가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WTI)가 순간적으로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유가 급락은 원자재 하락 도미노 현상의 일부분일 뿐 전체 그림변화의 핵심 이슈는 아니었고, 따라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인플레이션 이슈를 넘어서기 전까지 국제유가의 방향이 '턴어라운드'했다고 볼 근거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