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원자재 가격 급락 여파로 1% 넘게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끈 한 축인 정유와 화학 업종의 발목이 잡히면서 당분간 지수 상승 추세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2일 오전 10시3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47포인트(1.36%) 떨어진 2137.16을 기록 중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락과 중국 긴축 우려에 나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지수도 하루 만에 약세로 전환해 장중 2132.25까지 밀렸다.

상품가격 급락에 외국인들이 거래일 기준 사흘 만에 '팔자'에 나서 운수장비, 화학,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369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상품시장과 이머징(신흥국) 증시가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이후 유사한 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상품시장에서의 투기자금 이탈이 단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상품시장에서 유동성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단기적으로 상품가격 조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주도업종의 경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긍정적이어도 많이 올랐다는 심리적 부담 등에 비춰 반등 시 현금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도 "국내증시의 펀더멘털이 건재하지만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유동성 변수는 바로 상품가격"이라며 "상품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매 강도가 줄어들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기적 관점에서 그동안 급등세를 탔던 상품 가격이 점차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세계 경제지표 악화로 원자재 가격이 요동쳤는데, 이제 원자재 랠리를 따라가는 전략은 위험이 따른다도 판단된다"며 "업종별 전략은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주에서 IT(정보기술), 자동차, 항공, 유통, 음식료 등 원자재 가격 하락 수혜주로 점차 이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소비, 기업이익, 교역조건, 유동성에 주는 부담이 한계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종료를 고려하면 다음달을 전후로 달러와 원자재 가격의 점진적 안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다만 최근 원자재 가격과 관련 주식이 단기 급락했기 때문에 추가 하락보다는 기간 조정의 형태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중기적인 증시 전망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국제 유가가 이후 90달러 중후반께에서 안정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에 5∼6월께 코스피지수 2100선이 깨진다면 상반기 마지막 매수기회로 판단해 많이 조정받은 정유, 화학과 함께 자동차 등 주도주를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한국의 경기가 2∼3분기 성장구간으로 돌아선다는 점 등이 증시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오태동 부장은 "코스피지수가 2분기 고점을 찍고 3분기까지 조정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새로운 상승기보다는 변동성 확대로 판단, 반등 시에 현금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1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WTI는 전날보다 5.67달러(5.5%) 하락한 배럴당 98.21 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은 가격도 폭락했다. 은 7월물은 온스당 2.97달러(7.7%) 떨어진 35.52 달러로 장을 마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