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인 HSBC가 수익이 나지 않는 나라의 지점 매각 등을 통해 2013년까지 25억~35억달러의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선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HSBC가 그동안 내세웠던 '전 세계인의 지역은행(the world's local bank)'이라는 전략에서 탈피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영국 런던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현재 HSBC 지점이 87개국에 있는데 이 중 39개국의 수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며 "지금까지 세계 모든 시장의 고객을 대상으로 여러 업무를 하려고 했으나 이제는 더욱 절제된 방식으로 자본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HSBC가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은 소매금융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업무를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HSBC가 소매금융 사업을 벌이고 있는 나라 중 절반 이상에서 총 2억44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걸리버 CEO는 영국 등 이미 많은 자본이 들어가 있는 국가나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시장,버뮤다 파나마 등 시장 규모 대비 수익성이 좋은 국가 등에서는 지점 확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러시아를 비롯한 10여개 국가에서는 지점을 매각하거나 폐쇄할 것으로 FT는 예상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신용카드 사업 부문 및 일부 지점 매각을 검토 중이다.

FT는 HSBC가 앞으로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특정 국가에서 영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효율성 유동성 등 전통적인 은행업 기준 외에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하면 다른 국가와 연결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향후 25년간 해당 국가의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