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원자로에 들어 있는 길이 4m의 핵연료가 완전히 노출돼 압력용기 바닥으로 상당 부분 녹아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압력용기 바닥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원자로 건물 내부 작업을 통해 조정한 수위계로 압력용기 내의 냉각수 수위를 측정한 결과 통상시의 핵연료봉 상단에서 5m 내려가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연료봉이 약 1.5~1.7m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에 비해 냉각수 수위가 크게 낮은 것이다.

도쿄전력은 하지만 압력용기의 표면온도가 섭씨 100~120도로 낮은 것을 감안하면 압력용기 바닥으로 녹아내린 핵연료가 물에 잠겨 냉각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1호기 원자로 노심의 손상 비율이 55%라고 추정해왔지만 이미 대부분 녹아 바닥에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격납용기를 물로 완전히 채우는 '수관(水棺)' 작업을 추진하려던 도쿄전력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도쿄전력은 또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바닷물 취수구 부근에 있는 전력 케이블용 터널(피트)을 통해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이 바다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바다에 흘러 나가기 전의 오염수에선 바닷물 농도 한도의 62만배에 이르는 방사성 세슘134와 43만배의 세슘137이 검출됐다. 바닷물에서는 농도 한도의 3만2000배인 세슘134와 2만2000배인 세슘137 등이 나왔다. 3호기 취수구 부근 바다에 커튼 모양의 펜스를 설치해두긴 했지만,펜스 바깥쪽 바닷물에서도 농도 한도의 최대 1만8000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도쿄전력은 곧바로 오염수가 유출된 구멍에 콘크리트 등을 채워 넣어 막았지만 고농도 오염수가 배관용 터널 등을 통해 피트 쪽으로 흘러 갔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