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선거 1년앞] 美 교포사회, 5월 말 한인회장 선거 앞두고 벌써 '與野 편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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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포 사회에선 무슨 일이…
여야정당ㆍ차기 대선후보 미국 내 조직작업 과열
지역주의 빠르게 확산…있지도 않은 감투 놓고 싸움
한국 정치인들 헛공약 남발, 교민들 혼란만 가중
여야정당ㆍ차기 대선후보 미국 내 조직작업 과열
지역주의 빠르게 확산…있지도 않은 감투 놓고 싸움
한국 정치인들 헛공약 남발, 교민들 혼란만 가중
이달 28일 실시되는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 회장 선거가 교포사회 초미의 관심사다. 세계 최대의 한인교포 사회인 데다 재외국민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두 명의 후보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후보들이 모두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지만 현지 교포들은 이들 후보가 각기 모국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포들도 출신지역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줄서기를 시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한 교포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공을 세웠던 한인교포가 총영사에 임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외선거가 교포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내 한인교포 사회에서 재외선거로 인한 과열 양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미 활발한 조직 작업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LA를 중심으로 'US-한나라당 포럼'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또 지난해 중앙당 사무처에 재외국민국을 설치하고 해외동포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했으며 부위원장,상임위원들을 위촉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재외국민선거에 대비해 정책자문기관인 세계한인 민주회의를 출범했다. 손학규 대표가 의장을 맡았고 국회의원 16명 등이 부의장을 맡은 단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세력인 '사람 사는 세상'도 결성돼 교포 400여명이 참가했다.
차기 대권주자들도 후원회 조직을 만들면서 재외선거 과열 양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재오사랑'이라는 사조직을 만들었다. 이 장관은 미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 이 장관이 워싱턴 강연 행사를 했는데 평통 위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평통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장관뿐만이 아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한 · 미의원 외교협회 위원 자격으로 지난 3월29일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의 4개 한인회 회장과 민주평통 회장을 만나 재외국민선거 등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했다.
김동석 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는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한국 정치에 쏠리고 있다. 미국 현지의 모범 시민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사회에 진출하려는 현지 교포의 노력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민주당에선 손 대표가 '자유광장'이라는 후원회 조직을 결성했고 정동영 최고위원도 '한민족 경제비전 연구소'라는 조직을 결성해 재외선거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 정치인들의 헛 공약도 교포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의 의원들이 뻔질나게 워싱턴을 방문하고 교포간담회에서 너도 나도 교포들에게 적어도 몇 개의 비례대표 의석이 배정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교포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잘 모르지만 의원들의 비례대표 이야기에는 사실 귀가 솔깃해진다"며 "교포들의 맘 속에 다들 나이를 먹으면 고국으로 금의환향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역구도 없고 선거운동도 할 필요가 없고 그냥 당에서 주는 국회의원이 된다니 특히 단체 회장들은 가슴이 뛸 수밖에 없다.
한인 참정권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건 본국 정치의 가장 큰 폐혜인 지역주의가 교포사회에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남이냐" 며 같은 고향을 강조하면서 향우회를 중심으로 모이는 걸 근래에 와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자연 본국의 정치 논리에 휩쓸려 교민사회가 갈라지게 되고 선거가 끝난 뒤에 불법 탈법 시비로 서로 소송이라도 하게 되면 창피함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떨어질까 심히 우려된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