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스와프예금의 외환 매매차익을 이자소득으로 보고 부과한 세금은 전액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엔화 스와프예금을 판매한 외환은행 신한은행 씨티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7곳과 가입자들이 납부한 세액은 600억~700억원대.금융상품 관련 세금 환급액 중 최대 규모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백모씨 등 예금 가입자 48명이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은 징수한 세금을 전액 돌려주라"며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번 판결은 엔화 스와프예금 관련 소송 중 처음으로 나온 대법원 판결이다. 하급심에 계류된 관련 소송 모두 은행과 예금주의 승소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급액이 600억~700억원대인 이유는

엔화 스와프예금은 2000년대 초중반 '사실상 비과세' 상품으로 홍보돼 돈이 많은 예금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엔화 스와프예금이 사실상 비과세일 수 있었던 이유는 예금 자체의 이율은 매우 낮은 반면 외환매매차익은 선물환계약으로 보장됐기 때문이다.

엔화 스와프예금의 확정이율은 연 0.25% 전후여서 이자에 대해 원천징수되는 세금이 적었다. 반면 예금의 주수익원인 외환매매 차익은 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은행들은 엔저 현상으로 환율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에 착안,선물환 계약으로 만기정산 때 적용할 환차비율을 미리 결정했다. 이율로 따지면 연 3~4%가량이다.

외환매매 차익은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지만 은행들은 이 같은 선물환 계약을 활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 수익'을 고객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외환매매차익도 이자로 봐야 한다"며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발생한 소득에 대해 2007년 세금을 부과했다. 확정된 선물환차익을 지급하므로 결과적으로 정기예금 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은행들과 예금주들은 "외환매매차익에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외환매매차익은 이자 아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행동도 불법적이지 않다면 유효하다"며 "선물환계약은 불법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물환거래에 따른 외환매매차익은 예금의 이자가 아니므로 이자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며 "차익을 이자소득세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결론지었다.

예금자들의 이자소득세를 대납해준 은행들과 직접 세금을 낸 예금자들은 승소 판결 확정 후 전액 환급이 가능해졌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최저 가입금액이 억대라 '부자과세' 차원에서 정책적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라며 "대법원 판결은 수익이 결과적으로 정기예금 이자처럼 고정돼 있다 해도 본질이 환차익인 이상 과세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광진 변호사는 "예상 환급액은 600억~700억원으로,금융상품 관련최대 규모"라며 "납세자 대부분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엔화 스와프(swap)예금

원화로 엔화를 사서 예금에 가입한 다음 만기가 되면 다시 엔화를 원화로 환전해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는 예금상품이다. 예금주들이 얻는 수익은 '예치한 원금 자체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만기에 '엔화 예금을 원화로 다시 환전하면서 생기는 외환매매차익'등 두 가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