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첫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오는 7월4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배은희 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서울 전당대회는 7월4일로 잠정 결정했으며 (이에 앞서) 권역별 전당대회를 할지는 추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수의 비대위원은 한나라당의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권역별 전당대회,당대표 · 최고위원 분리 선출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주말 동안 의견 수렴을 거쳐 16일 회의에서 산하에 3~4개 소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 문제를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전대 날짜가 정해짐에 따라 수면 아래에서만 움직였던 차기 당권주자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정몽준 홍사덕(6선),김무성 이재오 홍준표 남경필(4선),원희룡 서병수(3선),나경원 정두언(재선) 의원 등이다.

차기 전대에서 가장 큰 변수는 당내 신주류로 떠오른 소장파가 단일후보를 낼 수 있느냐다. 현재 남경필,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는 계파 선거를 막기 위한 장치로 전(全)당원 투표제와 대표 · 최고위원 분리 선출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비대위 활동 과정에서 이를 관철시킨 뒤 소장파 간 미니 경선 등을 통해 뽑은 젊은 후보를 당권에 도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소장파인 정태근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남경필,정두언,나경원 의원 등 소장파가 당 대표 후보를 한 사람만 내서 힘을 합쳐 당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직접 나서지 않을 경우 원내대표 재임 기간 동안 신뢰를 쌓은 친이계 의원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 친박계 중진의원들도 일부 김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최고위원은 지지 기반이던 수도권과 소장파 의원들이 자체 세력화를 도모한 것이 고민거리다. 그는 중도 성향 의원 및 친박계 의원 일부와 교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의 거취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충격받은 친이계 내부에서는 이 장관이 직접 전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는 당권 · 대권을 분리하도록 한 당헌 · 당규가 개정된다면 출마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에서는 서병수 전 최고위원의 재출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홍사덕 의원의 출마 여부가 관심거리다.

친박계 일부에서는 차기 공천 등에서의 역할을 위해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홍 의원의 출마를 바라고 있지만 본인은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