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을 평가할 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영업이익이 얼마나 났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본다. 본질적인 사업(영업)에서의 이익 규모와 개선 정도가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제일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원가를 뺀 뒤 다시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것으로 회사의 영속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IFRS) 회계장부에서는 영업이익을 기재할 의무가 없다. 영업활동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2009년 IFRS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기적용한 14개사 중 이건산업과 디스플레이텍 등 2개사는 영업이익을 표시하지 않았다.

비판이 많아지자 정부는 상장사와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회계법인들에 가급적이면 영업이익을 분류해 기재토록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IFRS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올해부터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영업이익 항목을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영업활동에 대한 정의가 없다보니 영업이익에 포함되는 내역이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2009년 IFRS를 조기적용한 기업 14곳 중 기존 회계기준인 K-GAAP와 동일한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산출한 기업은 7곳에 그쳤다.

올 1분기에도 삼성전자는 예전처럼 외환 관련 손익을 영업이익에서 뺐지만 LG전자는 '기타영업수익'으로 분류해 포함시켰다.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외환 관련 손익은 영업이익으로,영업과 무관한 금융적인 성격의 외환손익은 영업외로 분류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LG전자와 같은 기준을 쓰는 경우가 많다.

K-GAAP에서는 영업외로 잡혔던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의 유형자산처분손익도 거의 모든 기업이 영업손익에 포함시키고 있다. KSS해운은 선박 한척을 매각해 발생한 이익을 1분기 영업이익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1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30%나 늘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예전에는 영업외로 잡았던 기부금,잡손익 등도 영업이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같은 산출 기준의 차이는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 주석에서 영업이익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