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소송 공포에 떨고 있다.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기관투자가들이 주가하락을 이유로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 주당 4만2800원에 증자를 실시, 총 1조3353억원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증자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TB자산운용 국민연금 등 7개 기관을 포함, 국내외 35개 업체가 참여했다.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했던 이들 투자자는 외환은행 매각승인이 또 다시 보류되면서 13일 주가가 하한가까지 밀리자 증자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나금융이 증자를 실시했기 때문에 인수가 무산되면 증자 자체가 무효화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하나금융 종가(3만7850원) 기준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입은 평가손실은 13% 정도다. 금액으로는 1735억원에 달한다.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주가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얘기다.

하나금융 증자에 참여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시 증자에 참여했던 것은 기업 인수 · 합병(M&A)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며 "외환은행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인 만큼 투자목적상 문제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규모인 204만주를 인수했던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는 하나금융 측이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만큼 소송 검토에 들어가는 게 시기상조란 반응을 보였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당국 결정에 따라 불가항력으로 M&A가 무산될 경우 하나금융이 배상할 의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소송전이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이후부터 하나금융은 매달 329억원씩 론스타에 지연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데,귀책 사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계약서에 따르면 '매각이 무산된 주된 원인이 매도인에게 있다면 이에 해당하는 추가 대금을 (하나금융 측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의 매각승인 보류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된 것인 만큼 추후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 절차가 장기화하거나 무산되는 데 따른 소송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다만 직접적인 손실 금액만 3조9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등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라고 말했다.

조재길/송종현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