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본사 진주 이전] 정부 "혁신도시 기능 고려해 결정"…민주 · 전북 "PK 달래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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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정치권 후폭풍
전북 "원칙 무시한 결정…불복종 운동"
경남 "국민연금공단 빅딜 수용 못해"
靑, 최종 결정 앞두고 추가 대책 고심
전북 "원칙 무시한 결정…불복종 운동"
경남 "국민연금공단 빅딜 수용 못해"
靑, 최종 결정 앞두고 추가 대책 고심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통합 본사를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일괄 이전하는 방침을 정하자 민주당과 전라북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과 전북도는 그동안 LH 본사의 경남 · 전북 분산 배치를 주장해왔다. 세종시 수정안과 동남권 국제신공항에 이어 LH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이 커가는 양상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3일 오후 국토해양부의 LH 본사 이전 방안을 보고받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던 국토위 전체회의를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보고도 못한 채 1시간20분 만에 돌아갔다. 정동영 · 정세균 최고위원을 포함한 전북 지역 국회의원 10명과 시 · 도의원 등 400여명도 오는 16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 방침의 무효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은 이날 의장석을 점거한 채 "LH 본사 이전에 대해 민주당과 한번도 협상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보고를 받을 수 있느냐"며 "청와대가 정하면 그걸로 되는 거냐.이번 결정은 무효고 장관은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앞서 열린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짓밟았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LH 본사를 진주에 보내는 대신 당초 경남으로 갈 예정이었던 국민연금공단을 전주로 옮긴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장세환 의원은 "LH와 국민연금공단 간 세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고,최 의원은 "우리가 거지냐.그거(국민연금) 먹고 떨어지라는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은 전북 분산배치를 고려하던 정부가 진주 일괄 이전 결론을 내린 것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악화된 경남 민심을 달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남에 지역적 기반을 둔 민주당이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로 전북에서는'반 이명박''반 한나라당'정서가 엄청 강해 선거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결정이 결과적으로 전북 민심을 자극,내년 총 · 대선에서 호남표를 결집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한나라당은 조심스런 반응이다. 안형환 대변인은"토공과 주공을 통합한 본사를 다시 쪼개 지방에 이전하는 것은 공기업 선진화라는 큰 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전제한 후 "그동안 전북 주민들이 LH 본사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그에 걸맞은 후속 대책이 조속히 구체적으로 나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H 본사 이전의 경우 오는 16일 최종 결정에 앞서 이번 주말 열리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 심의과정에서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전북도는 혁신도시를 반납하고 정부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헌율 행정부지사와 김호서 전북도의회 의장 등은 이날 전북도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원칙과 약속을 저버려 갈등과 분열의 길을 자초했다"며 "LH 없는 혁신도시는 사실상 무산된 거나 마찬가지인 만큼 혁신도시를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또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이해할 만한 조치를 할 때까지 전북의 몫을 되찾고자 정부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는 등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항의 농성 중인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정부는 그동안 공정사회구현 원칙에 따라 분산 배치를 강조해왔다"며 "하지만 앞에서는 원칙을 말하면서 뒤로는 (LH를) 경남에 퍼주기식으로 국가 정책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경남으로 이전키로 했던 국민연금공단을 전북으로 재배치하는 것은 지역 달래기식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LH 본사 유치 추진 전북비상대책위원회' 임병찬 위원장도 "그동안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일괄 배치설을 언론에 흘려 특정지역을 편들면서 결국 일괄이전으로 확정한 것은 비열한 행태"라며 "정부는 LH 분산배치 약속을 이행하고 이전 관련 업무처리를 공정 · 투명하게 다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전주~서울 간 마라톤 대장정과 삭발 등을 통해 LH 분산배치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도의원들도 "도민비상총회와 대규모 상경 집회 등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등 대정부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북지방변호사회 등과 협의해 일괄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제기 등 법적 대응책도 모색하기로 했다.
박수진/허란/전주=최성국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