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 하나금융지주가 하한가로 추락했다. 증권사들은 기대됐던 기업 인수 · 합병(M&A) 시너지가 사라지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반면 피인수 대상인 외환은행 주가는 급등했다. 외환은행 주가에 대한 '매수' 추천 의견도 잇따랐다. M&A 불발을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투명해지면서 두 은행 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가 매각을 추진하는 우리금융지주를 산은지주가 인수해 '메가뱅크(초대형은행)'를 만든다는 시나리오까지 불거지면서 금융주 전체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하한가 충격에 빠진 하나금융

13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하나금융지주는 가격제한폭까지 빠지며 3만7850원에 장을 마쳤다. 하나금융이 하한가로 추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이틀 연속 '팔자'에 나서며 4076만주를 순매도, 하락세를 주도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외환은행과의 양해각서(MOU)체결 이후 지난 12일까지 은행업종 지수가 4.30% 빠지는 가운데서도 39.49% 오를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M&A 불확실성이 고조돼 투자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일제히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하나금융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를 주당 5만7000원에서 35.08%(2만원) 내린 3만7000원으로 낮췄다. 유진투자증권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5만6000원에서 5만원으로 내렸다.

반면 외환은행은 1130원(12.81%) 급등해 9950원으로 마감했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계약파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상 피인수 대상 기업에 적용되는 가치할인율 적용은 재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당매력이 커지면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최대 수혜자는 외환은행 개인투자자들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론스타가 고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배당메리트가 커진 것은 소액주주들에게 호재"라며 외환은행의 목표주가를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다른 M&A 관련 종목 주가 향방은

M&A 이슈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등 관련 종목이 출렁거리자 현재 M&A가 진행 중인 다른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대한통운,SK네트웍스한섬 등이 최근 증권가의 이목을 받고 있는 M&A 관련 종목들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주 초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56.97%의 입찰 매각 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는 은행주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성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비상장사인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중립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전체에 부정적"이라며 "우리금융을 시중은행이 인수할 경우 기대됐던 시장 경쟁압력 하락과 산업 효율성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부터 1년 넘게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섬과 SK네트웍스의 M&A는 성사될 경우 두 종목 주가에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의류에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한섬을 SK네트웍스가 인수하면 패션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송종현/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