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금융감독원 전 비은행검사국장 유모씨를 13일 체포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국장급을 지낸 인사가 검찰에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2003~2004년 금감원에서 비은행검사국장을 지냈으며 2년 뒤 금감원을 나와 현재는 모 저축은행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유씨의 혐의는 알선수재"라고 밝혔다.

검찰은 유씨가 금감원을 나온 후 저축은행들에 검사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등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가 금감원 퇴직 후 저축은행 고문으로 옮기면서 해당 저축은행 고위직들과 금감원을 연결해줬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금감원 전 국장을 체포함에 따라 금감원 전 · 현직 직원들과 저축은행의 유착이 장기간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고문 현모씨도 이날 체포했다.

검찰은 또 영업정지 방침이 정해진 지난 1월25일 이후 5000만원 이상을 빼간 고액 인출자 4338명의 명단을 확보,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장명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이 전남 신안군 개발사업에 들어간 특수목적회사(SPC) 9곳에 약 3000억원의 불법대출을 해주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대규모 대출에서 여신심사 전에 이미 관련 서류에 사전 허가를 뜻하는 가(可) 표시가 돼 있었고,대출을 심사하는 여신심사위원회도 미리 가부 여부가 표시된 서류에 결재만 하는 거수기 노릇을 했던 사실도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이 같은 수법으로 사업성이 불확실한 서류상의 회사에 약 4조6000억원의 대출을 해준 이유가 비자금 조성 및 횡령이었다고 보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D해운업체에 선박구입 자금 명목으로 약 4000억원을 대출해주고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과 금융당국은 그룹 대주주 경영진들이 '묻지마 대출'을 해주고 일부를 빼돌리거나 자문수수료 형식으로 돈을 받는 수법으로 은닉한 돈 전액을 환수할 예정이다. 일단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계열 저축은행과 보해 · 도민저축은행 대주주 및 임원 73명의 금융자산 90억원과 부동산 437필지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고운/조재길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