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생활비는 자산이 아니라 연금으로 준비하는 시대가 됐다. 주택이나 정기예금과 같은 자산에서는 은퇴 이후에 필요한 생활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실례로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이 퇴직 때 과거에는 대부분 일시금을 선택했지만 최근에는 연금을 선택하는 비율이 92%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고령화 저금리 시대의 최대 효자가 바로 연금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빠듯한 월급으로 살아가는 젊은 직장인들은 연금 마련을 위해 얼마나 투자해야 할까?

은퇴설계 이론에 의하면 연금 투자액을 결정하는 방법은 정액법과 정률법으로 나뉜다. 우선 정액법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매달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40대 직장인들이 매월 10만원이나 20만원과 같이 일정 금액을 은퇴 시점까지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이해가 쉽다는 게 장점이지만 월수입이 꾸준하게 늘어나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연금 투자액 비중이 계속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즉 월 급여를 300만원 받는 직장인이 30만원을 연금에 투자한다면 처음에는 투자 비중이 10%지만 나중에 월급이 400만원으로 올라가면 투자 비중이 2.5%포인트 떨어진 7.5%로 낮아진다. 월급이 증가해 투자여력은 늘었지만 오히려 너무 적은 자금을 연금에 투자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정액법이 아닌 정률법을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퇴직연금 중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확정기여형(DC형 · 매월 근로자 명의로 적립하는 퇴직연금)의 경우 정률법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예컨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일반적으로 직원들이 월급의 6%를 내면 회사가 3%를 보조해 총 9%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년 월급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연금 투자액이 증가하는 구조다.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정액식 연금 투자방식은 세월이 갈수록 월급에서 연금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문제점이 있다. 은퇴 준비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변액연금보험이나 적립식펀드 등이 이런 한계에 노출돼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연금 투자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 항상 월급여 중에서 일정한 비율을 연금에 투자하도록 정률법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라면 적어도 월급여의 10% 이상을 연금에 투자한다. 둘째 최소 3년마다 연금 투자액을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국내 연금상품 중 상당수가 수시로 연금 투자액을 증액하기 불편하도록 설계돼 있다.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연금 투자액을 새로운 상품으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3년마다 연금 투자액을 늘리거나 신상품에 추가로 가입하는 재조정을 해야 한다. 보험사에 있는 컨설턴트들이 수시로 방문해 연금에 추가 가입하도록 권하는 것은 이런 제도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연금투자는 작은 금액으로부터 일찍 출발해 30년 이상 지속해야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노후자금만큼은 적립식펀드 투자 방법으로 근로기간 내내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월급여 가운데 일정액을 투자하기보다는 일정한 비율을 연금에 투자해 나가는 선진형 방법을 가지고 고령화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