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외국계투자자들이 은행업종 내에서 극명히 엇갈리는 매매전략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들은 전날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밝히자 인수예정자인 하나금융지주를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그 대신 나머지 대형 은행주(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를 동시에 집중 매수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장중 한때 가격제한폭(하한가)까지 밀려나는 등 전날보다 14% 가량 급락했다. 반면 피인수 자체가 불투명해진 외환은행의 주가는 4~5% 가량 상승한 채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날 하나금융의 급락세는 외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오전 11시31분 현재 하나금융의 주식 약 81만주를 순매도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개장 이후 지금까지 우리금융, 신한지주, KB금융 등을 가장 많이 순매수(매수량 기준) 중이다.

외국인들은 우리금융을 약 35만주 순매수한데 이어 신한지주와 KB금융을 각각 24만여주와 23만여주씩 사들이고 있다.

은행주들은 더욱이 이날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의 결정으로 하나금융의 주가가 당분간 약세를 보이고, 외환은행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의 판단 유보로 인해 하나금융과 론스타간 인수계약 종료 기간인 24일까지 대주주 심사가 종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하나금융과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소식은 당분간 하나금융지주 주가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반대로 외환은행 주가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연구원은 "외환은행 인수가 불투명해 짐에 따라 리딩뱅크(Leading Bank)로의 부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따라서 과거와 같이 상위은행 대비 일정수준 할인돼 거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