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로 유명한 게임업체 넥슨은 최근 유럽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법인을 영국에서 룩셈부르크로 옮겼다. "정보기술(IT) 인프라 환경이 좋고 e비즈니스 업체들이 유럽에서 사업할 때 겪을 수 있는 부가가치세 이중납부 문제 등에서 룩셈부르크 정부가 훨씬 유연하기 때문"(김성진 넥슨 룩셈부르크 법인장)이다.

'유럽의 월가' 룩셈부르크가 'e비즈니스'와 물류 허브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보다 다양화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국들과 근접해 있는 지리적 이점 등을 활용해 금융뿐 아니라 유럽 내 e비즈니스와 항공물류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한 세계 최대 인터넷 전화회사 스카이프와 애플의 음악사이트 아이튠즈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베이 아마존닷컴 페이팔 등 주요 글로벌 e비즈니스 업체 유럽법인들도 이곳에 있다.

◆1인당 GDP 세계 1위 '강소국'

룩셈부르크의 공식명칭은 룩셈부르크 대공국이다. 입헌군주제 국가로,앙리 대공(Grand Duke Henri)이 국가원수다. 정부수반은 장 클로드 융커 총리 겸 재무장관.융커 총리는 유로그룹(유럽 재무장관회의) 의장직도 겸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국가 면적(2586㎢)은 서울의 4배에 불과하다. 인구는 약 50만명으로 포항시 수준이다. 룩셈부르크는 자국 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비해 인구 수가 적기 때문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1인당 GDP는 10만4390달러로 한국(2만591달러)의 5배가 넘는다.

룩셈부르크는 나라가 작고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찌감치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썼다. 1944년엔 벨기에 네덜란드와 '베네룩스 관세동맹'을 맺었고 1952년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와 함께 유럽연합(EU) 창설의 모태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IT · 물류산업 강점

룩셈부르크는 1960년대까지 철강이 핵심 산업이었다. 대형 철광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 본사가 이곳에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철광석이 고갈되기 시작하자 정부는 금융서비스업 육성으로 방향을 바꿨다. 은행비밀주의와 금융사에 유리한 각종 규정과 세제 등에 힘입어 독일을 비롯한 각국의 금융사들이 룩셈부르크로 몰려왔다. 현재 룩셈부르크의 금융산업은 전체 GDP의 25%를 차지한다.

룩셈부르크는 '서유럽의 심장'에 위치,물류와 IT인프라가 발달했다. 항공물류기지를 운영하는 룩스에어카고의 요르디 스탈 부사장은 "룩셈부르크에선 트럭으로 유럽 전체 GDP의 60%를 차지하는 주요 도시에 도달할 수 있다"며 "항공과 육상수송을 연결하는 시스템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룩셈부르크 핀델공항은 유럽의 5대 화물공항이며 유럽 최대 항공 화물운송 회사인 카고룩스의 본거지다.

IT인프라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돋보인다. 톰 케틀스 룩셈부르크 국무부 미디어 · 커뮤니케이션부 수석담당관은 "금융산업의 발달은 IT인프라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금융뿐 아니라 유럽의 e플랫폼이 되기 위해 국가 전략적으로 IT인프라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 · 기술집약적 산업 유치

룩셈부르크 정부는 이 같은 경쟁력을 내세워 외자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전통적인 '굴뚝산업'보다는 물류와 IT · e비즈니스,바이오,친환경산업 등 자본 및 기술집약적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선진국인 만큼 인건비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호메이니 푸아쥐 룩셈부르크 경제통상부 국장은 "근로자들에게 책정된 연봉 액수가 같더라도 각종 공제 후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더 큰 반면 기업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룩셈부르크의 법인세는 28.59%로 아일랜드(12.5%)보다는 높지만 독일(29.8%) 프랑스(33.33%) 벨기에(33.99%) 등 유럽 주요국들보다는 낮다. 부가가치세율은 15%로 유럽 최저수준이다.

제조업에선 소재(철강)와 함께 자동차 부품산업이 강하다. 한국 기업 중에서도 자동차 타이어용 패브릭을 만드는 효성과 자동차 스프링용 와이어를 생산하는 삼화강봉이 유럽시장을 겨냥해 진출해 있다.

룩셈부르크=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