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한 것은 전문가들과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결정이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이번 달에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금통위를 앞두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과 국내외 주가가 급락하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통위원들은 동결 쪽으로 기울었다.

◆물가보다 경기 불확실성에 무게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보다 경기 측면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물가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높지만 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대내외 위험 요인에 보다 주목했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9.0%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높아지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선진국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조짐이 나타났다.

국내적으로도 경기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지난 3월까지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고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확산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대외적인 위험 요인과 저축은행 부실 등 내부적인 위험 요인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올리면 해외 투자금의 유입을 촉진시켜 원 · 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총재는 "환율이 하락하면 당연히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환율 정책을 물가만 보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고점을 지났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 상한선인 4%를 넘었지만 3월 상승률 4.7%보다는 0.5%포인트 낮아졌다.

◆연말 기준금리 3.5% 전망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인상과 동결을 번갈아 한 '징검다리식' 인상 공식은 깨졌다. 한은은 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기본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금리 인상 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한동안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아주 느려지면서 연말 기준금리는 연 3.5%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동결로 물가 상승세를 잠재우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억제하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거나,올리더라도 매우 완만하게 올릴 거라는 신호를 보내고 말았다"며 "저금리에 대한 기대심리가 유지돼 가계부채 문제도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