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2인자인 존 립스키 수석 부총재가 재임을 포기하면서 IMF 사령탑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혁을 선언한 IMF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가에 총재직이나 수석 부총재 자리를 양보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IMF 차기 총재직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립스키 수석 부총재는 "오는 8월31일 임기가 만료되지만 재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IMF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의 요청에 따라 립스키가 오는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총재 특별고문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석 부총재는 총재가 지명한 뒤 IMF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자리다. IMF의 안방 살림을 맡아야 하고 국제금융 이론을 겸비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가 원어민 수준으로 능통해야 한다.

IMF 총재직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항상 유럽 국가 출신이 맡아왔다. IMF 수석 부총재직을 전담한 미국은 대신 세계은행 총재직을 계속 차지해왔다.

그러나 G20은 이런 IMF의 지배구조를 개혁,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에서 비중이 급부상한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능력 있는 인물들에도 총재직과 수석 부총재직을 개방하기로 했다. 스트로스칸 총재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했다. 따라서 당장은 립스키 후임에 신흥국 대표를 올릴지 문제로 그와 IMF로서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게다가 스트로스칸 총재는 내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유력시된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 현지 언론들의 전망이다. 그가 이르면 다음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IMF 총재직에서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모양새를 의식해 11월 자신의 모국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칸 정상회의 때까지는 총재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수석 부총재 자리를 신흥국에서 차지할 경우 총재직은 여전히 유럽 쪽에서 맡을 공산이 크다"며 "반면 수석 부총재직을 미국 쪽 인사가 그대로 맡으면 총재직이 인물의 능력과 자질 여하에 따라 신흥국 대표에게 양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IMF를 중심으로 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IMF 총재직에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도전할 것이란 소문이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에서 재무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지낸 고든 브라운도 자천,타천 후보로 꼽힌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지낸 사공일 무역협회장을 총재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