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의장국에 걸맞은 문화적 기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글로벌 시대의 대한민국은 '잘사는 나라'를 넘어 '세계가 본받고 싶은 나라,품격을 지닌 좋은 나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한국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선도하는 한국학 연구가 그 역할을 할 것입니다. "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장(69 · 사진)은 1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학은 선진문화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생동하는 학문이 돼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08년 6월부터 25개월 동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정 원장은 "짧은 시간에 압축 성장한 우리나라는 급속한 정보화 물결로 인해 탈현대적 다극화 다양화가 확산돼 정신적 방황과 가치관의 충돌,집단 간 소모적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제적 양극화도 맞물려 상호 불신과 대립,좌절과 패배의식에 함몰되면서 선진국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인의 생각의 뿌리를 연구 분석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 중에서 바람직한 부분은 계승 발전시키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할 것"이라며 "통시대적 비교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화적 정체성을 파악하고 세계화된 환경 속에서 우리 문화유산과 다른 민족의 문화유산을 비교하는 공간적 비교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이런 통시대적 · 공간적 비교연구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역량을 집중시킬 것"이라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는 학제 간 공동 연구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일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한국 문화 관련 자료의 영문 번역과 디지털화 작업을 강화하고 해외 한국학연구소와 대학의 한국학과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