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지역이 확정됐지만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사업은 당초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청사 부지 매입과 설계,착공,기존 청사 및 부지 매각 등이 '2012년까지 이전 완료'라는 목표에 비해 지지부진하다. 신청사 착공에 들어간 곳도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부산혁신도시에 편중돼 있다. 내년 말 이전 목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사업이 느리게 진행됐지만 '당초 계획대로 이전하는 것'만은 분명히 실행한다고 강조한다. 민간 건설사들은 그러나 혁신도시 내 택지 분양받기를 꺼리고 있어 당분간은 거주할 집이 없는 '반쪽 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청사 착공 '미적미적'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혁신도시에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하는 공공기관은 100개다. 147개 지방 이전 공공기관(통폐합 전 157개) 중 세종시(16개)와 개별 이전(16개) 기관,혁신도시 내 임차 청사 사용 기관(15개)을 뺀 수치다. 이들 기관 중 22개가 아직 땅도 사지 않고 있으며 14개 기관은 청사 설계조차 발주하지 않고 있다.

착공 실적도 10개 기관에 그치고 있다. 이들 중 부산에만 한국주택보증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남부발전 국립해양조사원 등 6개 기관이 몰렸다. 주택보증과 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는 같은 건물에 입주할 예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착공 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국토부는 "올해 63개 기관이 청사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 가운데 청사를 준공한 곳도 있다. 그러나 이들 7개 기관은 모두 개별 이전 예정이어서 혁신도시 입주와는 관계가 없다.

◆정부,"속도 늦지만 반드시 이전" 선언

정부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 논란,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이 잘 진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목표했던 2012년 말까지 전 기관이 이전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은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각 시 · 도와 긴밀하게 이전 계획,건설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이전 직원들에 대한 지방이전수당 · 이사비용 지급,이직 배우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등 경제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혁신도시건설특별법령을 개정해 이전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부동산 중 팔리지 않은 것은 자산관리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가 매입할 수 있게 됐다"며 그만큼 이전사업도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용지 분양 저조

공공기관 이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주거 · 상업 · 교육시설 조성이다. 기반시설이 제대로 깔려야 공공기관 직원들의 혁신도시 이주가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혁신도시 건설 공정률이 58%에 이르지만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민간택지 분양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부지조성공사 진척률은 58.0%,보상률은 97.9%다. 10개 도시,42개 공구 모두 조성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간이 사가야 할 아파트용지는 팔리지 않고 쌓여 있다.

LH와 지역 혁신도시 사업단에 따르면 부산과 제주를 제외한 8개 혁신도시에서 민간 아파트용지 54필지 중 팔린 것은 14필지다. 이것도 작년 분양된 실적이다. 올해는 울산우정혁신도시 등에서 택지 분양이 있었지만 매각 실적은 전무하다. LH가 1분기 동안 혁신도시를 제외한 전국에서 공급한 아파트용지 대부분이 팔리며 5556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국토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올해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 총 1만3528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10개 혁신도시에 들어설 공동주택 9만7618가구의 13.9% 수준으로 약 3만8000명이 거주할 수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