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투자은행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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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사를 생각하면 10여년 전 기획재정부에 있던 한 공무원이 떠오른다. 그는 당시 낯설었던 파생상품 공부를 열심히 한 후 증권거래세법 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증권사가 장외파생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파생상품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국내에서 큰 파생상품 인력이 외국 투자은행에 영입될 정도로 발전했다. 한 공무원과 관련 조직의 결단이 자본시장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것이다.
최근 부쩍 언급되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이 앞으로의 과제다. 투자은행으로서 경쟁력은 규모와 신용도,평판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자본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줄 때 얼마나 다양한 수요에 맞춰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파생상품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자본시장의 기류는 다소 이상하게 흐른다는 느낌이다.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투자자 손실과 민원이 최우선시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워런트증권(ELW)으로 손실을 입었다고 시장 자체를 문제시하거나,법정관리 기업의 기업어음(CP) · 채권을 중개한 증권사에 과다한 책임을 묻는 게 그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다고 그 기능을 없앨 수 없듯이 파생시장 역시 이를 잘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만큼 건전하게 육성해 나가야 한다. 하이일드 채권을 판매하는 중개 기관이 없다면 초우량에서 벗어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누가 맡을 것인가. 시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전체 시장과 업계 문제로 확대하는 최근의 흐름은 포퓰리즘으로도 읽힌다.
정부의 헤지펀드 도입 노력은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사실 국내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현행 법 규정상 파생상품 운용에 제약이 많다. 가장 전문적이어야 할 이들 기관투자가가 파생상품 문외한이 됐다.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 위주로 파생상품 수익모델을 만들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스크가 높은 하이일드 채권시장은 기관 사이에서 아예 형성돼 있지 못하다.
헤지펀드 활성화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획기적 계기다. 다양한 투자 수요를 가진 개인들은 헤지펀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투자은행도 지금처럼 개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기관 상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말 그대로 글로벌시장에서 활동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유수 증권사들은 20여년 전부터 해외법인 인력을 수천 명씩 뒀지만 명실상부한 글로벌 투자은행은 되지 못했다. 결국 특화된 경쟁력이 열쇠다. 세계 최강의 정보기술(IT) 강국이자 파생상품 거래 경쟁력을 가진 국내 증권사가 세계화를 추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정자연 < 우리투자증권 에쿼티트레이딩 본부장 >
최근 부쩍 언급되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이 앞으로의 과제다. 투자은행으로서 경쟁력은 규모와 신용도,평판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자본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줄 때 얼마나 다양한 수요에 맞춰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파생상품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자본시장의 기류는 다소 이상하게 흐른다는 느낌이다.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투자자 손실과 민원이 최우선시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워런트증권(ELW)으로 손실을 입었다고 시장 자체를 문제시하거나,법정관리 기업의 기업어음(CP) · 채권을 중개한 증권사에 과다한 책임을 묻는 게 그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다고 그 기능을 없앨 수 없듯이 파생시장 역시 이를 잘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만큼 건전하게 육성해 나가야 한다. 하이일드 채권을 판매하는 중개 기관이 없다면 초우량에서 벗어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누가 맡을 것인가. 시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전체 시장과 업계 문제로 확대하는 최근의 흐름은 포퓰리즘으로도 읽힌다.
정부의 헤지펀드 도입 노력은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사실 국내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현행 법 규정상 파생상품 운용에 제약이 많다. 가장 전문적이어야 할 이들 기관투자가가 파생상품 문외한이 됐다.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 위주로 파생상품 수익모델을 만들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스크가 높은 하이일드 채권시장은 기관 사이에서 아예 형성돼 있지 못하다.
헤지펀드 활성화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획기적 계기다. 다양한 투자 수요를 가진 개인들은 헤지펀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투자은행도 지금처럼 개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기관 상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말 그대로 글로벌시장에서 활동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유수 증권사들은 20여년 전부터 해외법인 인력을 수천 명씩 뒀지만 명실상부한 글로벌 투자은행은 되지 못했다. 결국 특화된 경쟁력이 열쇠다. 세계 최강의 정보기술(IT) 강국이자 파생상품 거래 경쟁력을 가진 국내 증권사가 세계화를 추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정자연 < 우리투자증권 에쿼티트레이딩 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