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의원들이 세대 교체론과 가치 교체론을 내세우며 당내 개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성장 위주의 한나라당 정책이 양극화만 낳았다며 친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의 권력 지형이 바뀌었다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시장경제의 활성화라는 당초의 정체성을 도외시한 채 민주당이 내거는 이념과 정책을 받아들이려는 모양이다.

실제로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고환율 정책이 수출을 주로 하는 대기업에만 유리하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량을 줄이고 환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를 철회해 여기서 만들어지는 예산을 복지 재정에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사회보험료를 최대 50%까지 국가에서 지원하는 안도 내놓았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임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진작에 다른 당으로 옮겼어야 할 일이다. 정책과 이념을 이처럼 쉽게 바꾸는 의원이라면 과거 자유당 시절의 정치꾼들과 무엇이 다른가.

정치란 신념(信念)의 유통업이라고 한다. 공동체의 가치를 내면화해서 이를 전파하는 게 정치가라면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러고도 한나라당의 꼬리표를 계속 달고 다니는 것이 옳은 일인지 소장파들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