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어카운트(자문형 랩)가 인기를 모았던 지난해에는 증권사들이 투자자문사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와 같은 자문형 랩들이 '주력'으로 상당수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랩 어카운트 상품들을 자체 개발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자문형 랩 계좌에 파생상품을 더해 손실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설계하는 식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형태의 자문형 랩에서 벗어나 '입맛에 맞는' 랩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대우증권 슈퍼 매니저 랩

대우증권의 '슈퍼 매니저 랩'은 '투자스타일별로 우수 자문사를 정기적으로 선정해 분산 투자한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된 상품이다. 투자자문사와 연계한 일임형 랩 상품에서 한층 진일보된 형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반적인 투자자문사 연계 일임형 랩이 투자자문사가 투자대상 종목 및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증권회사가 이를 바탕으로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구조라면,대우 슈퍼 매니저 랩은 다수의 우량한 자문사를 대우증권이 선정하고 이 회사들의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통합해 이를 바탕으로 대우증권이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우량 자문사를 선정하는 방식은 전문 평가사인 '제로인투자자문'의 심층적인 분석 툴을 사용해 신뢰도를 높였다.

◆삼성증권 펀드 랩

삼성증권이 4월 초 새롭게 출시한 '투탑-펀드 랩'에는 4월 한 달간 108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규모가 3조6556억원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펀드 랩은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시중의 수많은 펀드 중 시장 상황을 고려해 유망한 펀드를 선별해 투자해주는 서비스다. 일반 주식형 자문형 랩의 투자대상이 주식인 데 비해 펀드가 투자대상이 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펀드 랩의 최대 장점은 한번 가입하면 사후관리나 자산 재분배가 쉽지 않은 펀드에 비해 활황장,횡보장,조정장 등 시장이 바뀔 때마다 그에 적합한 스타일의 펀드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최소 가입금액도 2000만원 수준으로 통상 1억원 수준인 주식형 자문형 랩보다 싸면서 판매 수수료는 연 0.6~1.5%로 일반 주식형펀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됐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우리투자증권 하이브리드 랩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까지 하락하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도록 설계된 우리투자증권의 '옥토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 서비스' 상품에는 최근 한 달간 3000억원이 몰렸다.

이 서비스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문형 랩과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을 결합해 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2150포인트일 때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1870포인트까지 빠져도 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지 않도록 상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우리투자증권이 판매 중인 자문형 랩 가운데 수익률이 높은 브레인 코스모 GS자산 유리치 등의 자문형 랩에 ELS를 결합했다. 김은수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은 "옥토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향후 다양한 수익구조를 지닌 상품 개발에 주력해 랩 어카운트를 통한 자산관리서비스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I'm YOU

한국투자증권은 자사의 대표적 자산관리 서비스인 'I'm YOU'와 자문형 랩어카운트를 결합한 'I'm YOU(적극형)'를 지난 2일 새롭게 선보인 데 이어 16일 'I'm YOU(중립형)'를 내놨다.

이 상품은 투자대상 주식의 경우 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도출된 모델 포트폴리오에 의해 선정하고 그 외의 자산은 집합 투자증권 및 현금성 자산 등에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자체 운용한다.

고수익자산과 안전자산의 편입비중을 조절해 시장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코스피지수 대비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I'm YOU(적극형)'는 출시 후 하루 평균 5억원가량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미국 증시 투자 랩

신한금융투자는 미국 증시의 주요 종목에 투자하는 해외자문형 랩 '헬로 유에스에이 랩(Hello USA Wrap)'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주요 금융회사와 구글 애플 나이키 코카콜라 등 우량 기업에 투자한다.

금융회사의 경우 JP모건과 같이 금융위기 이후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는 우량회사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됐다. 아울러 구글 애플 나이키 코카콜라 등과 같이 해당 업종의 시장점유율이 높고 고객 로열티가 높은 글로벌 우량기업에도 투자한다.

신한금융투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추천받은 포트폴리오 가운데 10~20개 종목을 선택해 랩을 운용한다. 전문 세무사를 통한 양도소득세 신고대행 서비스도 제공된다. 최소가입금액은 5000만원이며 법인과 개인 모두 가입할 수 있다. 수수료는 자문수수료를 포함해 총 3%가 부과된다.

환차손 가능성이 있으며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 이 상품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은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신한금융투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