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도 한 때는 미분양 아파트였다. 지금은 고급주택의 대명사로 대접받지만,1999년 6월 첫 분양 당시만 해도 외환위기의 후유증과 3.3㎡당 1000만원이 넘는 고분양가(?)로 청약자들이 외면했다. 현재 이곳의 시세는 3.3㎡당 4000만원이 넘는다. 미분양 아파트가 '진흙 속의 진주'라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는 이 외에도 많다.

최근 부산발 청약열기 등 분양시장이 조금씩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주가도 오르고 있다. 전세난으로 자기 집을 소유하겠다는 욕구가 늘고 있는데다,향후 가격 상승기로 접어들 땐 어느 정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미분양 아파트가 타워팰리스가 될 수는 없는 법.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아파트를 고를 때는 가격이 오를 만한 재료가 있는지를 눈여겨보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적정 가격인지,교통은 편리한지 강점을 갖춘 곳이라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할인분양 · 무이자 노려라

미분양 아파트는 건설사들이 잔여가구 해소를 위해 할인분양,중도금 무이자 등 계약 조건을 완화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같은 조건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꼽힌다.

두산건설이 서울 사당동에 분양 중인 두산위브는 계약금 10%에 중도금 60% 이자후불제 조건이 적용된다. 총 451가구이며 전용면적 59~118㎡로 구성돼 있다. 입주 시기는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경기 부천시 역곡동에 들어서는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445가구)은 계약금 5%에 중도금을 무이자로 융자해준다. 대우건설이 둔촌동에 분양 중인 푸르지오는 분양가 10%를 할인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분양이 시작됐으나 재건축 후분양제 적용대상 아파트여서 그 다음달인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계약조건이 유리한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면 사실상 당초 제시된 분양가보다 싸게 사는 효과가 있다"며 "대출을 끼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초기 자금이 적을수록 유리한 만큼 건설사들이 저마다 제시하는 마케팅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망권 · 교통 호재 있어야 유리

프리미엄이 붙게 마련인 조망권 아파트도 관심 대상이다.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는 산과 강,골프장 등의 조망권을 갖춘 단지도 적지 않다.

부동산정보업체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서울 신천동에서 분양 중인 주상복합 아파트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한강조망과 석촌호수 조망이 가능하다. 고양 삼송지구 A-5블록에서 분양 중인 '고양 삼송 우림필유 브로힐'은 뉴코리아CC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들어선다. 전용 99~144㎡로 구성돼 있으며 중도금 50% 무이자대출 조건에 분양 중이다. 한화건설이 분양 중인 용인시 보정동 꿈에그린도 한성CC 조망이 가능하다. 전용 101~180㎡ 379가구로 조성된다. 오는 11월 개통될 분당선 신보정역과도 가깝다.

김지훈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실 팀장은 "조망권은 세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시가에서도 이를 반영할 정도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미분양 아파트 중에서도 이왕이면 조망권을 확보한 단지를 고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하철 역세권 미분양 아파트도 중장기적인 투자 유망처로 꼽힌다. 교통이 편리해 유동인구가 풍부한 이점으로 상승기엔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침체기 때는 하락폭이 작은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 흑석동에서 분양 중인 대우건설의 한강푸르지오는 9호선 흑석역이 가깝다. 내년 7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며 현재 공급면적 기준 147~148㎡ 물량이 남아있다. 분양가는 9억9880만원이다. 할인분양 중인 둔촌동 푸르지오는 역세권으로도 관심을 끌 만하다. 현재 5호선 강동역과 가깝고 2016년에는 지하철 9호선 보훈병원역도 개통될 예정이다. 공급면적 113㎡ 짜리 아파트가 분양 중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