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비전 2025' 발전 전략] "KAIST 역량 MIT의 70% 수준…다빈치 같은 융합형 인재 키울 것"
"아래로부터의 (대학) 개혁은 계속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KAIST는 10년 후를 내다보는 개혁을 계속할 것이다. "

서남표 KAIST 총장(사진)은 '비전 2025' 선포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서 총장은 잇따른 자살사건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들끓는 여론에 "정말 놀라웠고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지만 인터뷰 당시에는 평정심을 대부분 회복한 듯했다.

서 총장은 "2006년 (총장으로) 처음 왔을 때 많은 학생들이 무상 지원(기숙사,학비)에 젖어 졸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며 "학생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개혁을 시작한 것"이라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KAIST 학생들의 지력은 아주 높지만 다른 부문에서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스템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인형 융합 교육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I4(intentional,IT-based,independent,integrated · 자기계획적,IT기반,독립적,통합적) 교육 프로그램을 들었다. 강의실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커리큘럼을 짜는 방식이다. 예컨대 학생들은 지정교재와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자율적 교과과정을 만든다. 그러면 전담교수는 이 과정에 부합하는 강의주제를 보완해 주고, 학생들은 이를 종합적으로 학습한 후 과제물을 제출하면 교수가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 총장은 "학생은 외국의 명강의를 듣고 토론하며 지식과 외국어 능력을 동시에 배양하고, 지도교수 역시 연구분야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과 외국어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뿐 아니라 기관도 주기적으로 리이니셜라이즈(reinitialize · 다시 초기화하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과학대학(문화기술대학원 · 인문사회과학과 등)을 세종시 등 행정기능이 집약될 도시로 옮겨 미 하버드 케네디스쿨과 같이 인문학과 자연과학,공학을 융합한 전문 석 · 박사 대학으로 확대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총장은 "KAIST는 역량면에서 아직 MIT의 70% 수준밖에 안 된다"며 "예산도 훨씬 적은 KAIST 가 MIT를 쫓아가려면 특화된 곳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며 'EEWS(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가 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독일 베를린공대와 전기차 시스템 통합 및 리튬이온배터리 대량 생산연구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덴마크공대와는 녹색기술연구원을 공동 설립키로 MOU를 체결하고 KAIST EEWS사업단이 주도적으로 이를 추진하도록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