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는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도 김씨를 영입했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 인력난으로 마땅한 사람을 구할 수 없어서였다. 비단 A증권사만이 아니다.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는 조선 · 기계,화학 등 주요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없다. 애널리스트가 이직한 이후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증권가의 인력난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로 육성하기 위해 채용한 '애널리스트 보조(RA)'가 증권사마다 10~20명씩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RA업무를 2년 이상 맡아야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1년으로 완화됐다. 이들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리서치 부서에 들어왔다. 이들을 잘 키워 애널리스트로 육성하면 될 듯한데,증권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기실적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리서치 헤드의 임기는 고작 1~2년가량"이라며 "이 기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기존 애널리스트나 해당 업종 전문가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의 실적은 다름아닌 '주문 증가'다. 훌륭한 리포트를 내고,펀드매니저들이 이를 근거로 주문을 내면 실적은 쭉 올라간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업종의 정보와 인맥을 가진 애널리스트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분석 능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해당 업종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 일고 있는 애널리스트 인력난은 본연의 임무인 기업 분석보다는 영업활동을 더 중시하는 증권사들의 단기 성과주의가 빚어낸 현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