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투쟁,삭발,혈서,정권퇴진운동….'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대전 대덕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15일 전해지면서 다른 후보 지역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전국이 들끓고 있다. 탈락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민단체 대표들은 단식투쟁과 삭발,혈서로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16일 공식 발표를 앞두고 각 지자체들이 술렁이면서 발표 이후 적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경북 · 대구권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과학벨트까지 탈락했다"며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포항시와 시민단체 대표들은 상경 투쟁에 들어갔다. 광주 지역은 "거센 지역적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 · 대구,"신공항에 이어 또 당했다"

경북 울산 대구 등 3개 시 · 도 과학벨트 공동유치위원회는 지난 14일에 이어 15일에도 경북도청 앞에서 '과학벨트 지역 유치를 위한 총궐기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날 5000여명에 이어 이날에는 1만여명이 참석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이상효 경북도의회 의장의 궐기사에 이어 시 · 도민의 유치 의지를 나타내는 혈서식이 진행되는 등 격앙된 분위기였다.

김관용 경북지사(3개 시 · 도 유치추진위 공동위원장)는 "과학벨트 입지선정 방식은 균형발전을 도외시하고 수도권 비대화를 조장하는 등 과학계와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13일부터 '나눠먹기식 정치벨트 논의 중단' 등을 촉구하며 사흘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 의장과 장경식 과학벨트 유치특위 위원장은 지난 13일 삭발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신공항 백지화 때처럼 정부가 또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발표를 지켜본 뒤 정보공개 청구와 함께 입지평가 원천 무효 확인소송을 낼 방침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지역 시민 · 사회단체 대표들과 함께 상경 투쟁에 들어갔다. 박 시장은 "어느 곳보다 과학인프라가 우수한데도 객관적으로 평가 받기보다는 '형님예산','대통령 도시' 등으로 호도당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라고 해서 언제까지 이런 불이익을 당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지역적 저항 직면할 것"

광주 지역은 심사 기준에 대한 편파성을 제기했다. 강운태 시장은 15일 국회에서 김진의 호남권유치위원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김영진 의원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과학벨트 입지 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3.3㎡당 1만2000원으로 경쟁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땅값이 싼 평동 포사격장(660만㎡)이 뚜렷한 이유없이 실사에서 제외되는 등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거센 지역적 저항을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 위원장 등은 "대전 대덕으로 확정되면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진도 4.0 이상의 지진이 전무해 호남 지역에 유리한 항목으로 꼽혔던 지반 안정성이 적격 여부만 판단하는 단순 평가로 바뀐 것도 심사가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부산 · 경남,"당혹스럽지만 지켜보자"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부산과 경남권 지자체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정부의 발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종우 창원시 경제국장은 "대전으로 확정된 것처럼 언론에 발표돼 당혹스럽다"며 "정부의 공식발표가 남아있고 기초과학연구원의 50개 연구단이 어느 곳에 배치될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결과를 본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 관계자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중이온가속기 등이 들어서면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 민 · 관 · 정 공동대책위원회는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충청권에 거점지구와 기능지구가 입지하는 것이 순리"라며 "오송 · 오창을 제외한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신경원/부산=김태현/포항=하인식/광주=최성국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