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62 · 사진)가 성폭행 등의 혐의로 미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뉴욕경찰(NYPD)은 스트로스칸 총재가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소피텔호텔에서 여성 객실 청소부(32)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와 관련,뉴욕 검찰은 15일 스트로스칸 총재를 '형사적으로 처벌되는 성행위(criminal sexual act)'와 강간미수,불법 감금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뉴욕주 법에 따르면 형사적으로 처벌되는 성행위와 강간미수가 유죄로 인정되면 각각 15~20년형,불법 감금은 3~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스트로스칸 총재는 최장 4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의 변호인은 로이터통신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그가 무죄를 주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두 번째 성추문

브라운 대변인에 따르면 피해자라고 주장한 청소부는 14일 오후 1시께 스트로스칸 총재가 머물던 방에 청소하러 들어갔다. 그때 화장실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나타난 스트로스칸이 성폭행하려고 했으나 가까스로 도망쳐 신고했다.

브라운 대변인은 "다른 호텔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을 때 스트로스칸은 이미 호텔을 떠난 뒤였다"면서 "그가 휴대폰과 소지품을 현장에 남긴 것으로 보아 서둘러 도망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 경찰의 요청을 받은 뉴욕 · 뉴저지항만관리청 직원들은 JFK공항에서 프랑스행 비행기 1등석에 탑승한 그를 이륙 10분 전에 체포해 경찰에 인계했다.

2007년 IMF 총재가 된 스트로스칸은 2008년에도 성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는 IMF 내 헝가리 출신의 여성 이코노미스트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고 IMF 조사를 받았다.

IMF는 그의 행동을 잘못된 처신이었다고 지적하는 데 그쳤으나 그는 IMF 전체 직원들과 상대 여성,미국 태생의 프랑스 방송 언론인인 자신의 아내에게 사과하는 수모를 당했다.

◆총재 후임 인선에 신흥국 목소리 커질 듯

무엇보다 그의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그는 15일 유럽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와 아일랜드 금융 지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는데 펑크가 났다. IMF는 그의 주도 아래 이들 국가에 세 번째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16일에는 그리스에 추가 지원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회동할 예정이었다.

베스마 모마니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는 "IMF 총재에게 안정과 지혜,자신감이 요구되는 시점에 발생한 이번 일은 IMF에 끔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IMF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해 시스템적으로 정교하게 움직이는 국제금융기구여서 유럽 재정위기 수습책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IMF는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게 IMF가 완전히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트로스칸 총재가 사퇴 압력을 받거나 중도 하차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MF로선 중요한 시점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IMF 2인자인 존 립스키 수석 부총재가 연임하지 않고 오는 8월 말 예정대로 임기를 마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이어서 지도부 공백 사태 우려도 나온다.

특히 IMF의 지배구조 개혁에 따라 총재직을 유럽 출신에 제한하지 말고 개방할 것을 요구해온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프랑스 정가와 사회당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