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생의 대학원생 김택권에게 하숙생 친구인 공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파일럿이었던 그 친구는 자동차와 같이 땅에 붙어다니는 것들은 '우습게 봤다'고 한다. 그는 장교 월급을 털어 250㏄ 야마하 오토바이를 샀고 둘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을 누비고 다녔다.

1980년대 중반 서울에는 차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 하숙집이 있던 노량진에서 한강대교를 건너 동으로 서로 내달렸다. 오토바이의 매력에 푹 빠진 김택권은 결국 부산에 있는 부모에게 "오토바이를 한 대 사고 싶다"고 졸랐고 부모는 "오토바이나 탈 거면 공부 그만두고 내려와라"고 반대했다. 그땐 포기했지만 그는 25년이 지나 오토바이 제조회사인 S&T모터스의 대표이사 사장이 됐고,한국모터사이클산업협회 회장도 맡았다.

김 사장(52)은 "요즘엔 경남 창원의 S&T모터스 공장에서 만드는 전기스쿠터 에바를 타고 다닌다"며 "오래전에 접어 놓은 오토바이를 향한 꿈을 다시 꺼내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오토바이는 자동차가 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는 이것을 '이모셔널 어태치(emotional attach)',즉 일체감이라고 표현합니다. 라이딩을 하면 오토바이와 내가 혼연일체로 길을 내달리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오토바이에 대한 인식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는 "대부분 오토바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배달' 혹은 '폭주족'을 연상시킨다"며 "무조건 위험하다는 편견도 갖고 있는데 안전교육 시스템의 부재가 빚어낸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오토바이 시장은 연간 9만대 규모로 1996년의 30만대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모터사이클산업협회는 경찰청과 손잡고 '세이프티 앤 펀(safty&fun) 안전문화 캠페인'(가칭)을 벌일 예정이다. 헬멧 착용,클러치 작동법 등 기본적인 오토바이 안전운전법을 홍보하고 이것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캠페인이다. 회원사인 S&T모터스와 대림자동차,수입사인 BMW,혼다,야마하,할리데이비슨 등이 운영하는 '라이더스클럽' 활동을 장려하고 일반 시민도 원하면 참여할 수 있는 라이딩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250㏄ 이하 오토바이는 전기스쿠터로 대체될 것"이라며 "전기자동차와 달리 전기오토바이는 정부 보조금이 없는데 지원이 된다면 보급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사장은 미국 UCSD(Univ of Califonia,San Diego)와 연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경영일선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