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동자승이 매일 아침 떨어진 낙엽을 청소하는 일이 힘들어 나무를 힘껏 흔들어 낙엽을 떨어뜨렸다. 그러면 내일 하루는 낙엽 청소를 안 해도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낙엽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쌓여있었다. 노승이 말했다. “이 어리석은 놈아, 니가 아무리 그래도 내일의 낙엽은 어김없이 날리기 마련이다.”내일 할 일을 오늘 다 한다 해도 그것은 오늘 일이지 내일의 일이 아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있는 것이다.

한 유명 디자이너가 내게 말했다. "제가 3년 전에 디자인했던 옷이 있었습니다만 그때는 인기가 없어서 재고만 쌓였었죠. 그런데 요즘 바로 그 디자인이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조금만 늦게 디자인했더라면 많은 돈을 벌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쓴웃음을 짓는 디자이너에게 이 말을 해 주었다. "옷에도 인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 만물에는 다 때가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뒤 늦게 운이 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그 때가 온 것이며, 그가 조금 유행을 앞서갔을 뿐이다. 중국의 한 음료업체 회장은 남보다 반걸음은 앞서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영선반보 (領先半步)가 그의 경영철학이다. 뒤따라가기만 해서는 성공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앞서가도 외면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느 기업인은 열 보는 앞서야 경쟁에서 추월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성공하려면 반 보(步)든 열 보(步)든 시장의 흐름을 제 때 잘 맞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만약 회사가 한국 시장을 포기할 계획이 아니라면 오히려 지금 투자를 늘려야 한다. 3~5년 후 다시 진출한다면 비용이 몇 곱절 불어날 것이다.” IMF 외환위기 한파가 수입 자동차 시장을 덮쳤던 1998년 1월, BMW코리아 K사장은 본사에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 한국 딜러들이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게 보고서의 골자였다.

IMF 외환위기 때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가 딜러 망을 축소했으며, 일부 업체는 아예 한국 사업을 포기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한 K사장은 독일 본사와 담판을 지었다.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졌고 그 후 BMW의 시장 점유율이 가파른 상승으로 나타났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성공의 원인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운(運)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운(運)은 다른 말로 하면 ‘때(時)’와도 같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기회는 그렇지 않다. 운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만 오는 것이다.

간혹 동자승의 낙엽처럼 시간을 앞서간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며, 결과는 달라지지는 않는다.

때를 아는 자는 자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다. 유행의 흐름을 너무 앞서가지 않으며, 기업의 진퇴시기를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 시간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시간의 길목에 서 있는 사람이다.

시간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를 인지하지 못하면 적절한 행동을 하기 어렵다. 자신이 시간의 흐름 속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할 때는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 봐야 한다. 그리고 나무를 흔들지 마라. 낙엽도 나무와 이별할 때가 되면 떨어질 것이니.(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