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둔 DGB금융지주가 17일 공식 출범한다. 지방은행의 금융지주 전환은 지난 3월 BS금융지주(전 부산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DGB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을 겸직하는 하춘수 대구은행장(58 · 사진)은 16일 대구 수성동 본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해 2015년까지 금융지주의 총 자산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0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부산 · 경남지역 적극 공략

하 회장은 대구은행 총 자산을 연내 36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작년(32조원) 대비 12.5% 늘어난 수준이다. 순이익은 작년 2274억원에서 올해 3200억원으로 40% 이상 늘린다는 목표다. 하 회장은 "작년까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부실자산을 대부분 털어냈기 때문에 적극적인 영업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대구 · 경북지역에서 3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올해부터 부산 울산 창원 등 동남권 공략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영업점이 4개뿐인 이곳에 내년까지 5개를 신설한다. 지방은행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온 부산은행과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하 회장은 "부산 · 경남은 성장성이 좋은 우량 기업이 많다"며 "이곳에 영업력을 집중해 전체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은행은 총 600억원을 투자한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다음달 초 선보인다. 그는 "최근 잇단 전산망 마비 사태에서 보듯 전산 오류는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진다"며 "지방은행 중 가장 안전한 전산망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하 회장은 "앞으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한 금융 거래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최근 은행 내에 채널혁신부를 신설했다"고 소개했다.

◆"캐피털 등 자회사 늘릴 것"

하 회장은 캐피털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등 자회사를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대구은행 외에 카드넷과 대구신용정보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은행 비중이 99%에 달할 정도로 치우쳐서다.

하 회장은 "가장 먼저 캐피털회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저축은행의 경우 서두르지 않고 괜찮은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우리캐피탈 인수전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셨지만 예비협상자로 지정된 만큼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게 하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경남 · 광주은행이 따로 매물로 나올지 불투명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타 지방은행 인수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며 "뜻이 통하는 지방은행과 공동 지주사를 설립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 회장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대구와 같은 지방경제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와 같은 금융지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지역금융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