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가 16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로 공식 발표되자 그동안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던 지역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충청권은 정부 결정을 반긴 반면 영남권과 호남권은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탈락 지역은 입지 선정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과 신원전 건설 사업의 반납 의사를 밝히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충청권은 대덕특구가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선정되고 이를 뒷받침할 기능지구로 충북 청원(오송 오창)과 충남 연기(세종시),천안이 지정되자 환영 일색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덕특구에 있는 연구시설 인프라가 과학벨트 입지의 최적지라는 것을 정부가 인정해준 것"이라며 "충남 · 북과 공조해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한 과학벨트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충청지역 다른 지자체들은 세종시가 거점지구에서 탈락하자 아쉬워하면서도 대전이 거점지구로 선정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기식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은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과학벨트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충청권 공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동남권 신공항에 이어 과학벨트 유치도 무산된 대구 · 경북 지역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입지평가 원천무효 확인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북도는 이날 논평을 통해 "결국 우려했던 대로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보다 정치논리와 지역 이기주의에 좌우됐다"며 "과학벨트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동남권 신공항 무산의 분노를 삭이던 지역 민심을 내버렸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경북도는 "고위 공무원과 여권 정치권 핵심 관계자의 입을 빌려 수일 전부터 난무했던 과학벨트 대전 결정 기사는 신공항 발표 전의 사전 정보 흘리기식 행태와 유사했다"며 "중앙 정부의 정보 유출과 민심 떠보기에 강력한 비판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 기준의 개선을 요구하며 나흘째 단식 중인 김관용 경북지사는 "경주 방폐장과 울진 신원전 등 경북지역에 유치한 원자력 시설을 반납하고 과학벨트 평가 기준의 불공정성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김 지사는 "수도권 비대화를 조장하는 접근성 지표를 내세우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등 평가 기준의 비합리성에 대한 소송을 위해 자문변호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과학벨트 본원의 광주 유치가 무산되자 "(과학벨트 입지 결정 과정에서) 불법성과 불공정성이 확연히 드러났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윤봉근 의장 등 광주시의회 의장단 3명과 상임위원장 5명도 정부 결정에 반발,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광주시에 유리한 재해안정성 부지 확보 용이성이 심사 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는 결과를 백지화해야 한다"며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정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백창현/대구=신경원/광주=최성국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