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폭행 혐의로 전격 체포되면서 그리스 재정위기 해법이 불투명해졌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개혁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IMF 수뇌부의 역학구도에 변화가 생길 경우 지원 방안을 놓고 이견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스트로스칸 총재의 체포로 그리스가 추진 중인 지원 프로그램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이날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 추가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시점에 돌발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IMF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1100억유로를 지원받은 그리스는 600억유로 규모의 추가 지원과 채무 재조정,상환 기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리스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스트로스칸 총재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리스 추가 지원 방안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트로스칸은 지난해 그리스 지원안 통과를 적극 지지하는 등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낙마는 그리스 입장에선 큰 손실이란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로존 국가들의 따가운 시선도 부담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5일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채무 만기를 연장해주면 그 부담이 세금 납부자들에게 전가된다"며 "만기 연장을 하려면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그리스 정부는 스트로스칸 총재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적자 감축 등 재정개혁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트로스칸 총재의 체포로 그리스 재정위기가 부각될 것이란 우려에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환율은 장중 1.4048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3월 말 이후 7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말 배럴당 99.65달러에서 이날 97달러대로 하락했다.

16일 유럽 증시도 일제히 약세로 개장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FTSE100주가지수는 전일 대비 0.4%,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DAX주가지수는 0.8% 하락해 장을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 CAC40주가지수는 1% 이상 급락 출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