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연구원(IPS)이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2011' 개막에 맞춰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선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의 위상 변화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한국은 순위 집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20위권으로 진입한 반면 기업들의 활력이 떨어진 일본은 인도에까지 추월당하며 힘없이 밀리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중국은 산업고도화 전략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성장 잠재성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가 · 관료 경쟁력은 낙제점

한국은 지난 10년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1~25위에 머물다 올해 처음으로 20위권으로 올라섰다. 보고서는 한국의 순위 상승 요인으로 차별화된 산업 전략을 꼽았다. 저가 제품과 노동집약 산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첨단 산업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기업가와 경영 여건 항목에서 각각 13위와 17위를 기록하며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경영여건 항목의 세부 평가 기준인 국제 경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장 규모와 질을 평가하는 수요조건 항목에선 중국(14위)보다 높은 6위에 올랐다.

노동 시장과 정치가 · 관료 부문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노동 시장 세부평가 기준 중 노동 생산성 항목은 9위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노동시장 개방과 노조 문제에선 각각 46위와 37위에 오르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정치가 · 관료 부문에선 40위로 일본(23위)은 물론 중국(18위)에도 밀렸다.

◆한국과 일본 뛰어넘은 중국

중국은 2001년 45위에서 올해 15위로 3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2007년 한국에 이어 2009년에는 일본까지 제치는 등 동아시아에서 가장 국가 경쟁력이 높은 국가로 부상 중이다. 풍부한 천연 자원과 노동력을 토대로 꾸준하게 수출 산업을 육성하고 내수시장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동시장 개방 항목에선 18위를 기록,한국(46위)과 일본(63위)에 모두 앞섰다. 하지만 경영여건(27위)과 전문가 집단 항목(30위)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중국이 최근 저비용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산업 고도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의 단순 가공무역 비중은 산업 고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2006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이 첨단 산업 육성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넘치는 부존자원과 첨단산업이 결합할 경우 중국의 잠재 경쟁력이 현재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까지 추월당한 일본

일본의 국가경쟁력은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는 인도에 자리를 내주며 23위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졌다. 기업가 부문의 점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은 기업가 부문에서 48위를 기록,한국(13위)과 중국(28위)에 크게 뒤졌다.

기업가 경쟁력(53위),신규 사업(59위),창조적인 아이디어(60위) 등 대부분의 세부 평가 기준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일본 기업들이 기존의 사업 모델을 고수하고 미래 사업 발굴과 신기술 개발에 소홀했던 것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 하락을 불러왔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