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중공업은 2006년 5월 동산토건(현 두산산업개발)으로부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정만 일대의 매립지를 사들였다. 당초 주택 단지로 개발했으나 사업성이 떨어져 매립지 개발 자체가 좌초 위기에 놓이자 STX중공업이 이를 일반산업단지로 바꾸는 조건으로 매입했다. 당시 STX그룹은 창원시에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STX조선해양의 진해 조선소가 공간 부족문제에 시달리고 있던 탓에 STX그룹으로서도 27만6189㎡ 규모의 수정만 매립지는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STX중공업이 수정산업단지의 소유주가 됐고,2007년 6월엔 창원시와 선박 블록 공장을 짓기 위한 협약도 맺었다. 지금껏 투자한 금액만 726억원에 이른다.

약 4년 만인 16일 STX중공업은 창원시에 서류 하나를 보냈다. "지속적인 반대 민원이 있는 수정지구의 상황은 개발을 진행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에 부합하지 않아 사업추진이 매우 곤란하다"는 게 요지였다. 창원시는 즉각 브리핑을 자청,"STX중공업이 수정산단 조성사업 포기의사를 통보해 왔다"고 설명했다.

STX그룹은 수백억원을 들여 사들인 매립지 개발을 왜 포기하려는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막대한 이주 보상비다.

STX중공업 관계자는 "이주 보상을 원하는 주민이 약 200명 정도이고 총 보상비만 580억원가량"이라며 "726억원의 매립지 구입,개발 비용에다 보상비까지 더하면 사업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STX중공업과 수정만 주민 간 이주 보상 문제는 매립지를 일반산업단지로 변경하는 계획이 나오면서부터 불거졌다. 지난 3월엔 STX그룹이 경남 고성군에 있는 혁신기업을 인수,선박 블록 공장을 일부 확보하면서 수정산단 문제는 다시 한번 교착 상태에 빠졌다.

창원시 관계자는 "명확한 사업 추진 의사가 있는지를 STX중공업 측에 물었으나 보상비 부담을 이유로 입장표명을 계속 미뤄오다 결국 사업포기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부 창원시 제2부시장은 "STX 및 지역주민 등과 협의해 제3자 매각이나 필요할 경우 시에서 매입하는 등의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STX중공업 관계자는 "창원시가 어떤 이유로 '포기'라고 해석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STX그룹은 여전히 수정산단 규모의 공장 신설이 절실하다"며 "수정산단 개발 포기에 대해선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여운을 남겼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