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폭스바겐 美공장 증설 경쟁…현대차, 앨라배마에 추가 투자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수조원씩 투자하며 설비확충 경쟁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미국 자동차시장이 또 다시 호황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올 들어 4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421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미국은 자동차 판매대수로는 중국시장에 뒤지고 있지만 매출기준으론 여전히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다. "미국에서 밀리면 세계에서도 밀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최대 승부처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역대 최고인 9.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현대 · 기아자동차는 GM,폭스바겐 등 경쟁업체의 설비증설과 관련,아직까지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질적성장을 기하는 시기"라며 설비확충 계획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현지 언론과 소식통들은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설비증설 계획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설비확충"

자동차 전문 오토모티브뉴스는 16일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추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로이터를 인용,보도했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몇달간 앨라배마주를 포함해 3개 이상의 미국 주 정부와 제2공장 건설에 관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접촉을 했다. 사우스캐롤리아나와 미시시피 주정부 관계자들은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는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 소식통은 "앨라배마 몽고메리시 남쪽에 있는 현 공장의 유휴 부지에 제2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공장부지는 1750에이커(708만㎡ · 214만평)이며 현재 3분의 1만 사용중이다.

앨라배마 공장은 쏘나타와 아반떼를 생산한다. 이들 차량은 지난 4월 미국 베스트셀링카(승용부문)에서 7위와 10위를 차지했다. 딜러들은 "차를 더 공급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설비부족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 대변인 로버트 번즈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주중 하루 20시간 가동하고 토요일에도 격주로 8시간씩 라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 역시 올 들어 4월까지 10만963대를 생산하는 등 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의 설비확대 보도와 관련,"엔진설비를 교체하기 위한 것일 뿐 설비증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했던 싼타페를 기아차 조지아 공장으로 이동한 만큼 싼타페용 람다엔진을 쏘나타용 세타엔진 라인으로 변경하기 위한 설비투자라는 설명이다.


◆미국서 밀리면 끝장

현대 · 기아차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설비증설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데는 GM,폭스바겐 등이 설비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 · 기아차는 공급부족으로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며 "기존 설비의 가동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론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의 설비증설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기만은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