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ster ConvergenceRevolution] '교류의 장' 만들어 성공한 TGIF…"소유하지 말고 연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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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플랫폼
콘텐츠ㆍ정보유통은 사용자에 기업은 관리자 역할만
집단지성 활용
캐나다 금광회사 골드 코프, 정보 공개해 금 220t 발견
'연결개발' 도입한 P&G…제품 60% 외부협력 의한 것
콘텐츠ㆍ정보유통은 사용자에 기업은 관리자 역할만
집단지성 활용
캐나다 금광회사 골드 코프, 정보 공개해 금 220t 발견
'연결개발' 도입한 P&G…제품 60% 외부협력 의한 것
이질적인 요소를 합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융합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platform) 관점으로 사업을 재정의해야 하는 패러다임의 문제다. 기술적 측면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통해 신(新)문물을 흡수하면서도 국내 실정에 맞게 조합 · 변화시켜 재창조한 다양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이 20세기 후반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기반과 결합된다면 21세기 융합혁명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나라 역사상 성공적인 융합사례
대포가 배에 장착돼 함포가 되면서,해전의 양상이 근접전에서 포격전으로 변하고 세계 역사는 바뀌었다. 서양에서 함포시대의 개막은 1588년 스페인과 영국 사이에 벌어진 칼레해전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200년 앞선 1380년 고려 우왕 시절,최무선이 화포를 배에 장착해 전선 100척으로 왜선 500척을 격파하면서 해상포격전의 막을 열었다. 중국이 발명한 화약과 대포를 배와 결합시킨 포격전술로 전쟁의 승기를 잡은 것이다.
조선 세종 30년(1448년)에는 세계 최초의 로켓추진병기인 대신기전(大神機箭)을 개발했다. 전통 한지의 특성을 활용,화약의 압력과 온도에 견딜 수 있는 화약통을 개발한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세종 시절 창제된 한글은 우리 고유의 발음체계를 문자화하기 위해 동양 각 지역 및 민족의 문자와 음운체계를 참조해 초-중-종성의 체계를 조합,표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다. 조선 현종이 재위했던 1669년에는 전통적 동력원이던 물레방아의 원리와 서양식 자명종의 원리를 융합,시계와 천문관측기의 기능을 모두 갖춘 혼천시계를 개발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우리 문화 곳곳에 융합사고의 결과물들이 탄생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미디어전자기기를 예술과 접목시켜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양식을 탄생시켰다. 우리 일상생활이 된 찜질방도 목욕탕 비디오방 PC방 식당 마사지 등 다양한 휴식공간을 복합적으로 배치한 시설이다. 최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열성 팬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인 'K-팝'도 해방 후 유입되기 시작한 서양 대중음악을 우리나라 감성으로 재창조한 것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사례다. 최근 장안의 화제인 세시봉 콘서트의 가수들이 처음 노래를 시작하던 40여년 전에 이들이 부르던 노래가 대부분 외국 번안곡이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불과 한 세대 만에 이뤄낸 우리 음악산업의 성과 역시 잠재적 융합역량이 컸음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현실에서 부딪히는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기술을 융합,독창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 낸 역사적 경험들을 축적해왔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융합시대를 맞아 우리 민족의 융합잠재력이 매우 높은 수준에 있음을 나타내는 기록들이다.
# 융합혁명시대 핵심은 플랫폼
융합의 불꽃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만나면서 발생한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사람에게 체화돼 있으므로,융합은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플랫폼을 교류를 통한 융합의 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참여자가 공통된 사양이나 규칙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토대'라는 개념의 플랫폼은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1923년 생산표준화를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GM은 플랫폼 효과에 힘입어 포드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장되며 진화를 거듭해온 플랫폼 개념은 21세기에 들어와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21세기 융합시대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핵심은 플랫폼의 형성과 확장이다.
20세기 기업경영의 주안점은 핵심경쟁력 확보,대량생산과 내부 효율화를 통한 최적화,제품관점 전략 수립 등이었다. 반면 21세기는 △네트워킹을 통한 공동가치 생산 △분산통제 및 환경적응을 통한 최적화 △소비자 수요관점 전략 수립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PC,스마트폰 등 지능형 디바이스가 초고속 인터넷으로 24시간 연결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글로벌 네트워크에 통합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플랫폼은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를 내 · 외부 자원과 연결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 TGIF의 성공은 비밀
영어 속어로 주말인 금요일을 뜻하는 TGIF(Thanks God It's Friday)는 21세기 들어 가장 성공한 4개 기업인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을 지칭하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 TGIF의 공통점은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형성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플랫폼의 빈 공간을 채운 것은 참여자들이다. 21세기 융합혁명시대 패러다임으로 부각되는 플랫폼 관점의 핵심은 '소유하려 하지 말고,관계를 맺고 확장하고 참여시킨다'는 점에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업자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모델이다. 이들은 전 세계의 참여자들이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제공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콘텐츠를 채우고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를 유통시키고 여론을 형성하는 주체는 참여자 자신들이다. 아이폰의 핵심 성공요인은 휴먼 인터페이스와 앱스토어다. 아이폰 구매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점은 하드웨어적 사양보다 앱스토어의 다양성일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앱스토어라는 상업적 플랫폼만 개설하고 관리하는 역할에 머물고,앱스토어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거래하는 주체는 플랫폼 참여자들이다.
# 경쟁력 원천은 집단지성의 활용
캐나다의 금광 개발회사인 골드코프(Goldcorp)는 50년 이상 채굴하던 온타리오주 레드레이크 광산이 고갈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1999년 맥이웬 사장은 우연히 리눅스 사례를 접했다. 소스코드를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공개해서 단기간에 운영체제 개발에 성공한 리눅스의 방법을 응용,돌파구를 찾기로 결심했다. 골드코프는 2000년 3월 50년간 축적해온 모든 지질 관련 데이터를 57만5000달러의 상금을 걸고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지질전문가에게 공개했다.
전 세계에 있는 1000여명의 지질전문가들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과를 보내왔다. 참가자들은 레드레이크 광산에서 110곳의 후보지를 찾아냈고 이 가운데 80%에서 금이 발견됐다. 총량이 220t에 달했다. 광산회사의 핵심 자산이자 극비사항이 지질데이터인데,골드코프는 이것을 공개하고 회사 외부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덕분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외부지식을 찾아서 연결해주는 업무 자체가 사업인 기업으로,알래스카의 유조선 기름유출 후속처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유명해졌다. 1989년 엑손모빌 소속 유조선 발데스 호가 좌초해서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됐는데,물과 얼음이 엉켜서 굳어버리는 바람에 기름을 분리해서 정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학자들이 17년 동안 풀지 못한 난제는 2007년 이노센티브 웹페이지의 문제해결 요청란에 올라왔고,수천 건의 아이디어가 몰리면서 3개월 만에 풀렸다. 놀랍게도 해답은 미국 시멘트 회사에 근무하는 전문가가 냈다. 시멘트가 굳지 않게 저어주듯이 굳어버린 기름도 같은 방식으로 해결된다는 아이디어였다.
외부의 집단지성을 내부화할 수 있는 것은 PC-스마트폰과 인터넷 덕분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전 세계 사람들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상호교류하는 일종의 단일 신경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형성되는 집단지성을 위키피디아는 자기진화적 사이버 백과사전으로 구현했고,골드코프와 이노센티브는 외부지식을 내부자산으로 활용한 사례다. 프록터앤드갬블(P&G)이 1999년부터 연구 · 개발(R&D:Research & Development)의 개념을 연결 · 개발(C&D:Connect & Development)로 바꾼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당시 내부에는 9000여명의 과학자가 있지만 외부에는 150만명의 과학자가 있고,이들의 아이디어와 지식을 내부화해 활용하면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 P&G 제품 가운데 외부 협력으로 개발된 제품 비중은 60%를 웃돈다.
# 상호이익 구조를 형성하라
20세기 산업시대의 경영은 전략방향을 설정하고,계획을 세우고 자원을 조달해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21세기 융합혁명시대의 경영은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융합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형성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시키는 패러다임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업 경영은 집중화,분업화,내부화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시작된 정보혁명에 이어 21세기에 본격화되는 융합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경영은 분산화,네트워크화,외부화라는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의 시점을 맞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의 전략,기술,조직 · HR ·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있어서 새로운 관점의 대응역량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이런 변화에 대한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이 21세기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