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얇아진 지갑 때문에 속 많이 타시지요?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주식시장은 일부 대형주만 급등하는 극심한 차별화장세로 개인투자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이 제시하는 스마트한 재테크 전략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증권기사의 최강자 <한경닷컴 증권팀>이 따끈따끈한 '투자전략가의 재테크 제언'으로 독자를 찾아갑니다. 성공을 부르는 습관이 생겨나실 것입니다.<편집자주>

"제 아내가 영어학원을 하거든요…"
[투자전략가와 점심식사④] "최고의 재테크는 배우자"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39ㆍ사진)에게 '재테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뜬금없이 터져나온 대답이다.

"사실 저는 별다르게 투자하지 않습니다. 작년에 이사하면서 목돈이 필요해 들고있던 펀드도 다 환매했어요"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 등 전문 투자자를 상대로 투자에 대해 훈수할 정도면 '그럴듯한' 재테크 비법 한 두개쯤은 있겠거니 했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증권사에서, 그것도 투자전략이 주된 전공인 애널리스트가 재테크도 안 한다면 "직무 유기 아니냐"고 따지듯 묻자 그는 "재테크 할 시간과 노력으로 일을 더 열심히해서 몸값을 높이는 게 낫다"고 '공자님' 대답을 했다.

오 팀장이 본업 이외에 거의 유일하게 '투자' 하는 것은 배우자가 운영하는 영어학원이다. 3년전 그의 아내는 경기도 하남에 초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영어학원을 차렸다. 오 팀장과 함께 한때 증권사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녀는 영어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판단, 과감하게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학원은 영미권 국가의 문화와 역사 등을 영어로 배우면서 학원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질 수 있게 환경을 조성했다. 학부모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직원만 17명인 중형급 학원으로 성장했다.

"영어학원이 당장은 큰 돈을 만들어주지 못해도 저는 만족합니다. 제 딸이 7살인데 아내의 학원에 늘 있으면서 영어를 매일 접하다보니 원어민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예요. 남들은 자식들 영어교육 때문에 연수도 보내고 기러기 아빠도 되고 하는데, 저는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그것만도 이미 큰 돈 번것이라 할수 있죠"

오 팀장이라고 재테크에 아예 관심이 없었을까. 사실 그도 증권사 입사 초창기에는 이것저것 손을댔다. 하지만 성과는 늘 미미했다. 아니,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한번은 비상장 주식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거의 잃은 일도 있었다. 투자 실패는 그에게 큰 스트레스였고, 회사 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 때 생각했죠. 나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타입이 아니구나. 그래서 본업에만 충실하기로 했어요. 재테크해서 자산을 늘리려 하는 것도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인데, 투자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면 그런 투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올초 한국경제신문의 자매지인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투자전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눈 팔지 않고 오직 일에만 전념한 결과다.

"저 스스로에게 투자를 많이 합니다. 지난해 모교인 서강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습니다. 재무 분야는 앞으로도 계속 공부할 생각입니다. 물론 영어도 잘 해야 겠지요"

오 팀장은 가능한 오래 현역으로 뛰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기업의 화두가 '지속 가능한 경영'이듯이, 그도 '지속 가능한 선수'로 남겠다는 것이다. 오래 일하는 것. 그것이 가장 최고의 재테크라는 게 오 팀장의 지론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투자전략가 답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는 '훈수'를 잊지 않았다. 전체 자산 중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30%를 투자하고, 나머지 70%는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넣어두라는 것이다.

"3대 7이란 황금비율은 사람들이 가정 안정감을 느끼는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자기 일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투자를 하려면 안전자산을 든든하게 가져가고, 그 일부를 투자하는 게 정석이라 봅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