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까지 급등했던 면화 가격이 조정받고 있다. 가격 급등에 따른 수요 감소와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긴축정책 추진 등이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이 영향으로 면화 대체재인 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화섬) 원료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 최근까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국내 직물업체들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면화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파운드당 151.15센트(7월 인도분)를 기록,한 달 새 22.7% 떨어졌다. 올 고점이었던 3월7일(214.14센트)과 비교하면 하락률이 29%를 넘는다.

면화 가격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면화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이명숙 코리아PDS 연구원은 "중국이 면화 경작지를 늘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진통을 겪었던 면화 수급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가격조정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화섬협회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면화 작황이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면화 가격은 지난해 6월 말 파운드당 78.18센트에서 올 3월 말 200.23센트까지 뛰었다.

면화값이 조정을 받으면서 화섬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 모노에틸렌글리콘(MEG) 카프로락탐 등의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폴리에스터 원료인 PTA는 지난 13일 극동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운임포함인도(CFR) 조건으로 t당 121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한 주 전에 비해 3.6%,한 달 전과 비교하면 15.2% 떨어진 가격이다. 올초와 비교해도 5.7% 하락했다.

폴리에스터의 또 다른 원료인 MEG도 한국 현물시장에서 t당 1095달러로 지난달에 비해 1.8%,올 들어선 4.1% 내렸다.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도 극동아시아 현물기준으로 t당 3380달러를 기록해 한 주 전에 비해서는 1.2%,지난달에 비해선 5.1% 떨어졌다. 아크릴 원료인 AN 가격도 t당 2820달러로 3주 연속 하락했다.

향후 가격 전망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화섬협회 관계자는 "계속 오르던 폴리에스터의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이는 의류업체들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면화 가격이 너무 높아 수요가 줄어든 데다 중국 등 화섬업체들의 공장 증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면화와 화섬 원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면화와 화섬 원료가격 하락이 일시적인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면화 가격의 하락은 최근 원자재 가격 전체가 조정받은 것과 맥을 같이한다"며 "계속 늘어날 중국 의류 수요를 감안할 때 하반기부터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의 화섬원료 재고량이 풍부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들 업체가 다시 재고 확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