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재추진 방침이 발표된 17일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 사진)는 하루종일 뒤숭숭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2001년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 이후 10년간 민영화가 최대 과제였다"며 "하지만 산은지주가 인수한다니 불안한 마음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자회사 일괄매각에 대해선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우리투자증권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자회사를 쪼개 팔면 매각 과정이 복잡해지는 데다 민영화 이후 지주회사 자산도 줄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 · 경남은행의 경우 분리매각을 추진하면 각 지방자치단체 등이 얽히면서 금융지주 매각까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 30% 이상 지분을 매입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선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공동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입규제 때문에 30% 이상 지분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단일 주체는 금융지주밖에 없다"며 "유효 경쟁을 유도하려면 컨소시엄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이 컨소시엄에 대해 공동 의결권을 줄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은 금융지주의 소유 지분 완화다.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이날 "금융지주가 타 금융지주를 소유할 때 지분 95% 이상 보유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경쟁 여건이 제한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고,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면 할 것"이라고 밝혀서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가 가능해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곧 우리금융을 산은지주에 넘겨주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민영화가 아니라 국유화인 만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산은지주의 인수 참여가 "재정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격이어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란 입장이다. 우리금융이 산은지주 인수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것은 '민영화'가 사실상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민영화를 위해 2002년 상장됐지만 아직도 57%의 지분을 매각하지 못한 채 정부의 각종 감독과 견제를 받고 있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완전 민영화까지 최소 2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추산이다.

다만 우리금융 계열사 일각에선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에 팔리는 것보다 인력이 적은 산은지주에 인수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분위기도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